말이 달라지면 인생의 길이 달라진다-김연화 청주시립도서관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고사성어를 접하며 살아간다. 학교 교과서를 통해 혹은 학습서를 통해 고사성어를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심심찮게 사용한다. 그런데 고사성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많은 성어가 ‘사기’ 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잘것 없고 별 볼 일 없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구우일모가 있다. 우리가 자주 듣고 써온 구우일모의 원저작자가 사마천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이 성어 속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깊고 무거운 비통함과 처절함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사기’가 위대한 역사서이자 풍부한 문학성을 갖춘 불후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금을 울리는 고사와 이를 절묘한 단어로 압축한 성어들 때문이다.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은 ‘사기’ 전문가 김영수의 살아있는 고사성어 독법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성어의 출처를 발견하는 재미, 암호를 풀듯 성어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 새로운 고사성어를 접하는 재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생사에 대한 통찰을 얻는 서늘한 재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저자는 25년 동안 ‘사기’를 공부하며 틈틈이 메모해둔 고사성어 중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300개의 명문을 엄선하여 수록하였다. 열 글자 이내의 짧은 성어 뒤에 숨은 풍성하고도 흥미진진한 역사적 배경과 중국 고대국가의 흥망성쇠 영웅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고사성어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고 있다.

고사성어와 명구를 키워드로 생사, 관조, 활용, 언어, 사로, 유인, 승부 등 총 7장의 구성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자성어와 배경이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함축적이고 압축적인 언어를 풀어서 해석을 덧붙였다. 그의 해석이 세상 이치와 지혜를 얻게 해주니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동양 역사학의 고전이나 권력과 이데올로기 등 격동의 중국 역사를 가로지르며 난세를 헤쳐나간 수 많은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담아 ‘인간학’의 교과서로도 일컬어지는 사기는 그래서 20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여전히 우리 삶에 유효하다. ‘언격이 인격’이라는 사마천이 제시한 방법들은 시대를 떠나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미레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옛 문장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담은 가치를 얻었으며, 또한 인생의 길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서 말과 글이 넘쳐나는 오늘날 사마천이라는 위대한 역사가의 사관과 안목을 통해 빛나는 언어로 재탄생한 ‘사기’ 속 고사성어는 우리에게 올바른 말의 쓰임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의 겉표지를 들추어보면 붉은 보랏빛 속표지 한 가운데 이런 문구가 있다.

“말의 길 / 생각의 길 / 인생의 길을 찾는 / 님께 / 드립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찾고 싶은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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