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의 전공분야가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순수 학문이 단절되는 등 심각하다. 대학이 사회구조와 국가 정책의 방향에 따라 취업에 유리한 학과 위주로 개설되다 보니 4년제 대학들의 전문대학 인기학과 침범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앞으로 전문대학 수업연한 규제를 자율화하겠다는 방침이고 이미 간호학과의 경우는 인증을 거쳐 4년제로 학제가 개편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특성을 잃고 서열을 조장시키는 역효과도 염려된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인기는 여학생 만을 선발하던 기존의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간호학과의 경우 국내에 불과 2~3개 대학에서 남학생을 선발했는데 이제는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남학생에게 개방해 그 재학생수가 증가되는 추세이다.

간호사는 미용사와 더불어 본래 금남의 직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최초의 남자 간호사는 1962년에 면허를 취득한 것이 처음이다. 그런데 2013년 현재 남자간호사 수는 6천200명이 넘는 국가시험에 8%정도를 차지하며,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 수는 8천500여명으로 그 비중은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금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남자간호사가  1천19명 정도가 배출돼 전체 간호사 29만 여명의 2% 수준이 됐지만 치위생과에서 허용될 경우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1979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 남학생이 합격했다고 언론에 대필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전에 4명이 입학했었지만 겨우 2명만 졸업을 했을 정도로 금남의 벽을 무너뜨리기 힘들었다. 물론 이전부터 삼육간호전문학교와 김천간호전문학교에서는 유일하게 남학생에게 문호를 개방했지만 아주 극소수만이 입학했다.                  

그렇지만 남자 간호사들의 근무여건은 간호사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은 물론 의사들에게서 조차 차별적 대우를 많이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간호사관학교에도 남학생들이 입교를 하는 등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자 오히려 부모들이 간호학과를 지망하라고 권유할 정도로 의식이 많이 전환되었다. 남자간호사들이 증가하는 원인은 시대적 변화도 있지만 격한 진료현장인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힘을 필요로 하는 남자 역할이 증대되었고 여성 간호사들의 조기 퇴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 대한남자간호사회가 발족해 초대회장으로 서울대병원 최초의 남자간호사 출신이 맡았다고 한다. 이들이 협회를 구성한 것은 동료와의 소통과 권익을 위해서라는 취지인데 대한간호사협회가 있는데 굳이 성을 구분한 협회가 왜 있어야 하는지 의아스럽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직까지 여성 간호사가 수적으로 많아서 보이지 않는 묘한 성 갈등적 요소가 내재하지 않았나 한다.

직업은 다양하고 분화돼 성역할에 반드시 구속되지 않는다. 전문 직업에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제부터 남자 간호사를 성적 소수직업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전문인으로 인정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만성질환이 증가되어 미래의 의료는 의사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전문간호사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특히 농어촌의 의료 대체 인력으로 방문 간호 등 보건진료소 등의 역할이 커질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간호사는 병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건강관리를 해주는 서비스업종이다. 향후 간호의 인력 수요가 더욱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간호학을 전공하는 남학생들은 학기 중에 병역의무를 져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졸업 후 간호장교로 입대하는 방안 등의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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