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꽃놀이 관광이 한창이다. 이 시기를 즈음해 자주 발생하는 선거법 위반 가상의 사례를 통해 상춘기 관광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봄이다. 무슨 일인지 마을 어귀에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허우적허우적 지팡이를 짚고 달려 나온 노인들은 가운데 서 있는 이장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운다.

“버스 타고 관광 가니까, 한 분도 빠짐없이 준비들 하고 나오세요.” “그러니까 뭣이여, 지난 번 맹키로 버스에 짐짝처럼 실려 댕기면서 이것저것 물건 파는 데 유람하러 가는거여?” 앞니 빠진 노인들의 헛헛한 웃음이 수런수런 퍼져갈 즈음 이장은 손사래를 크게 친다. “아이구, 아녀유. 이번에는 마을에서 주최해 마을 행사로 댕겨오는 거여유.”

드디어 장날이다. 아침잠이 없는 노인들은 새벽부터 서둘러 마을회관 앞으로 모인다. 인원을 점검하고 드디어 출발이다. 그런데 잠깐 지체하는 동안 낯선 얼굴 하나가 버스에 올라온다. “어르신네들, 안녕하세요.”

목청도 좋은 그 사람은 양복을 매끈하게 빼입고 한껏 예의를 갖춰 노인들에게 잘 다녀오시라는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허리가 부러지게 깍듯한 인사를 한 그는 그외 별말 없다. 대신 곧이어 앞에 나선 이장이 그 분은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인데 이번 여행에 후원을 했으니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노인들은 시큰둥했고 남해 바닷가 여행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후, 인상 좋았던 김의원이 선거와 관련해 향응을 제공한 대가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여행 경비 일부를 제공한 것은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전전긍긍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장을 위시한 몇몇이 지역 선관위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 공짜 여행을 다녀왔다고 좋아했던 마을 사람들도 선관위 직원에게 간단히 조사를 받고 모두 과태료납부 통지서를 송달받았다.’

이상의 가상 사례와 같이 선거법에서는 정치인으로부터 금전이나 물품 등을 제공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10배에서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그 상한액은 3천만원이다. 물론 받은 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과태료가 아닌 벌금이나 징역 등 형벌을 받게 된다.

선거와 관련한 금품 등의 제공행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부정부패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간혹 주는 것은 받고 투표는 그에 상관없이 잘 찍는다고 항변하는 유권자도 있지만 금품을 받은 이상 이미 부정부패의 한 고리가 되며 돈을 뿌린 후보자의 덧에 걸려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의원선거의 경우에는 선거구의 규모가 작아 혈연, 지연, 학연의 고리를 끊기 어렵고 투표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돈 선거의 효과를 부정할 수가 없다.

꽃피는 봄날, 꽃향기에 취해 선심관광의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계절이다. 다가오는 10일은 제2회 유권자의 날이고 그 날부터 1주일간은 유권자 주간이다.

우리 모두 봄날의 유혹을 과감히 물리치고 유권자의 날과 유권자주간을 제정한 의미를 재차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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