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언제나 상상보다 더 아프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고 불편하고 아픈 것들은 어떻게든 숨기려고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진실은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전부를 내보이지 못하고 숨겨둔 오해의 여지가 충분한 그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너가 닿고 싶어하는 것처럼 진실과 오해 사이에는 결국 ‘더 잘 알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있다.

이야기는 17살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생후 6개월쯤 미국에 입양된 카밀라 포트만(한국명 정희재)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는데서 시작된다.

카밀라는 생모 정지은의 고향인 남해안 소도시 진남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잃어버린 과거의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 나간다. 

자신이 왜 미국으로 입양돼 가야 했는지, 생모가 누구인지, 그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나는 누구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갖가지 의문을 품었던 주인공 카밀라가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비밀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그러나 당시 생모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을 만날수록 출생에 관한 진실은 미궁에 빠진다.

작품 속 등장인물이 간직하고 있는 생모에 대한 기억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생모에 대한 사람들의 엇갈린 기억과 증언만으로는 진실을 온전히 알 수가 없다.

카밀라는 누군가의 추측, 견해, 판단으로 이뤄진 불확실한 추론이 아니라 진실의 사다리를 올라가기 전 힘껏 박찰 수 있는 발판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한다.

이 소설은 심연을 건너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는 날개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관계에서 비롯될까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정지은이 타워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걸고 농성을 벌이다 세상과 작별한 아빠에게 보낸 모스 부호 ‘HOPE’처럼 ’희망‘을 얘기하는 소설이다.

“망각이 아니었다면 우리에게는 행복도, 명랑함도, 희망도, 자부심도, 현재도 있을 수 없다던 니체의 말을 떠올린다. 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인간은 잊을 수 있어서.” <229p.>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잊고, 희망을 이야기 하자. 따뜻한 봄날 어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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