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구경 꽃구경을 갔으니 마땅히 ‘봄’얘길 해야겠다.

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남녘의 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붉은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 황홀함에 취해 있던 중 미황사 담벼락 한쪽에 수북이 담겨있는 동백꽃이 눈길을 끌었다. 남보다 일찍 피었다가 이미 진 것들 이었다.

“에구 이놈들은 벌써 봄을 다 즐겼나? 아직 계절이 많이 남았는데” 하다가 문득 과연 저 꽃들이 작년에도 미황사의 봄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때가 되면 당연히 찾아오는 게 봄이려니, 올해 놓친 꽃구경은 내년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봄은 그리 너그럽지만은 않다. 한번 지난봄은 다시 찾아주지 않는다. 우리가 작년 봄, 내년 봄 하는 봄 들은 지금의 봄 이 아닌 것이다. 그냥 관념상의 봄일 뿐이고 그 계절의 이름이 봄일 뿐이다.

미황사 담벼락에 쓰레기가 돼 수북이 담겨 있는 동백꽃더미를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렇다고 낙담만 할 일은 아니다. 지난봄이 있었기에 지금의 봄이 새롭듯이 또 언젠가 올 앞으로의 봄도 계속 될 터이다. 하니 지금의 이 봄을 충분히 즐기고 느끼면 그 봄의 따뜻하고 포근함이 아직 오지 않은 다음 봄까지 이어질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늘 따뜻한 봄이 계속 될 수 있도록 이 순간을 충실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병길 작가 약력:청주대학교강사역임, 충북민족사진작가협회장 역임, 개인전 10회, 단체전 100여회. 충북민족미술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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