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한다. 이 말은 ‘한서(漢書)’ 문제기(文帝記) 조서(詔書)에서 “농자천하지대본 민소지이생야(農者天下之大本也 民所恃以生也):농사는 하늘 아래에서 가장 큰 근본적인 일이다. 백성들은 이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에서 유래 되었다.

옛날에는 추수가 끝나고 농악을 연주하면서 마을을 돌 때 꿩 깃 달린 깃대의 깃발에 ‘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글귀를 쓰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한바탕 축제 마당을 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광경을 사극이나 축제 때 농악 공연에서 볼 정도로 사라졌다.

인류가 처음 생겨난 원시시대 생산의 기본형태는 식량의 단순한 채집, 공동수렵과 어로에서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목축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국가체제가 갖추어진 이후에는 기본 경제가 바로 농업이었으며 나라의 존립과 직결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이후에 와서와 품종 개량 등을 통해 비로소 쌀 생산량이 증가되어 자급자족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시장개방, 농지축소, 가격변동 등 곡물시장의 불안정으로 농업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농업 등 1차 산업시대를 벗어나 2·3차 산업의 발달로 사람들의 생활이 먹거리에 매달리지 않아 농사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인간은 먹거리가 없으면 생존을 영위할 수 조차 없으며 주식인 쌀은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농사를 짓는 시골에서도 명절이나 제삿날 그리고 자기 생일날을 제외하고는 쌀밥을 마음껏 먹어보기 힘들어 큰 소망은 이밥(흰 쌀밥)을 사기 주발(周鉢)에 고봉으로 고기와 먹는 것으로 요즈음 공기 밥 그릇의 3배 정도 분량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먹는 양도 많았다. 또한 오즉했으면 “밥이 보약”이라던가 “밥 먹었느냐” “진지 드셨습니까”라는 인사말까지 나왔을까? 오늘날은 흰쌀밥을 먹으면 혈당이 높아지고 복부비만이 된다고 옛날 방식으로 먹는 이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쌀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후 우리나라는 통일벼 등 육종기술의 개발과 간척 사업 등으로 농경지가 늘어나 자급자족은 물론 수출을 하고 어려운 북한에 지원을 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이 80%대로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산업과 도시화의 발달로 점차 농경지가 사라지고 있는 반면 한 때는 간척 사업으로 줄어드는 것 만큼 농경지가 대체되었지만 언젠부터인지 간척지도 공업단지로 형성되는 추세이다.

지금은 전란이나 천재지변 등 농산물에 대한 중요도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점차 세계적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언젠가는 인류에게 대재앙이 닥쳐 올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농경지 잠식이 불가피한 대도시 계획은 기후의 변화와 함께 빗물 흡수능력 저하로 홍수의 피해가 급증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는 뱀의 해인 계사년(癸巳年)이다. 뱀은 누구나 혐오스럽고 차가운 외모에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이 동물이 십이지신(十二支神)에 들어 있는 것은 땅의 지혜로 신비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농경문화권에서는 뱀을 불사(不死)와 재생(再生), 다산(多産)으로 여겨 가신(家神)으로 숭상하며 공생(共生)했다. 개인의 인생은 물론 가족과 국가도 농사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농업도 농산물의 질 향상, 시장확대, 친환경농법 등 시대적 요구에 맞도록 개척해야 한다.      

올해 2월이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뱀이 허물을 벗고 용천을 바라듯이 곡물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소득보전제도와 같은 농업정책의 전환이 강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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