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인을 찾아서] (29)박순철 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고개 숙이지 않고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건강증진과 건전한 여가생활 진작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와 가맹단체를 통해 우수한 선수와 지도자를 양성해 장애인 스포츠를 통한 지역 장애인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대전시 장애인체육회의 설립 목적이다.

2007년 대전시 장애인체육회가 발족되면서 20개의 경기단체와 3개의 체육단체, 4개의 인정단체와 5개의 학교단체의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대전시 장애인체육회 박순철 사무처장(51)을 만났다.

휠체어를 타고 사무실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반갑게 기자를 맞는 박 처장의 얼굴에서 한 점의 그늘도 찾아볼 수 없다.

스물네살때 군대에서 훈련 도중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아픔을 겪은 박 처장은 국가유공자라는 신분과 함께 하반신 불구라는 후천적 장애인으로의 삶을 살게 된다.

유독히 운동을 좋아하던 젊은  박 처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속에서 방황과 좌절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 장애인으로 사느니 차라리 삶을 마감하고픈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들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불만과 좌절 속에서 방황하던 박 처장에게 장애인으로서의 변화된 삶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살게 해 준 계기가 바로 ‘장애인 탁구’였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나보다 더 중증 장애인들도 행복하게 그들만의 장점을 살려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상반신과 양손이 멀쩡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늘에 감사드리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탁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가 돼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박 처장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제서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며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남은 삶도 나보다 더 불편하고 힘들어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밝힌다.

또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지 결코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본인의 장애를 마치 ‘주홍글씨’처럼 여기며 음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부정과 좌절 속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있다”며 “세상의 편견을 장애인 스스로가 훌훌 털어버리고 양지로 나와 당당히 세상과 맞설 때 장애인의 권익은 저절로 찾아지게 되는 것이죠”라고 표현하는 박 처장은 긍정적 마인드로 세상과 당당히 맞서기를 기대한다.

“운동을 하고 체육을 접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일반 비장애인보다도 더 큰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성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며 “그만큼 장애인에게 있어 체육은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고 예찬한다.

대전 토박이로 대신중, 대전상고, 목원대학원 스포츠과학과를 졸업한 박 처장은 “장애인 복지혜택 증가는 결국 비장애인의 행복과도 직결됨을 잊어서는 안되며 절대 미뤄져서도 안된다”고 강조하는 박 처장의 눈빛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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