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로스알데 힐이라는 작은 동네에 죤(John)이라고 불리는 우편배달부가 있었다.

그는 80여㎞에 달하는 거리를 오고가며 기계적으로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었다. 뜨겁고 건조한 오후의 한 때, 길은 휘몰아치는 바람으로 뿌연 흙먼지가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올랐다.

그런데 그것은 그로 하여금 전혀 뜻밖의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어쩌면 나는 내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이 흙먼지를 마시며 살아가야할지 몰라.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살아온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쳇바퀴와도 같은 삶의 반복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럴게 아니라 이 황폐한 길에 꽃씨를 뿌려 보자. 내게 주어진 일과 함께 한번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보자!” 그 이후 그는 주머니에 꽃씨를 가득 담아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오고가는 길 양쪽에 꽃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해가 거듭되면서 길 양쪽에 드디어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꽃들은 쉬지 않고 피어났다. 80여㎞에 펼쳐진 그 꽃들은 거리를 아름답게 꾸며줬을 뿐만 아니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풍요로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게 해줬다. 그의 삶은 더 이상 무료하거나 의미 없는 것이 아니었다. 마을주민 역시 80km의 거리에 이어진 울긋불긋한 꽃길에서 우편배달 하는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이 아름다운 우편배달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들도 주머니에 꽃씨를 넣어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씨 뿌림이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게 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씨를 뿌릴 때에는 거두는 기쁨이 있다. 뿌리지 않는 씨는 거둘 수가 없다. 열매를 생각하며 힘들어도 농부는 씨를 심는 것이리라. 씨를 뿌리는데 법칙이 있다. 양의 법칙은 많이 뿌리면 많이 거둔다. 적게 심고 많이 거두려는 것은 도둑심보다. 질의 법칙은 좋은 씨앗에서 좋은 열매가 생긴다는 것이다. 종의 법칙도 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난다는 것이다. 선한 것으로 심으면 선한 열매를 거두고 악한 것으로 심으면 악한 열매가 생기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에 대한 논쟁이 많다. 그들의 부모와 조상, 자신들의 과거에 이르기까지 검증하느라고 아우성들이다. 흠을 잡아서 그 흠을 최대화 시켜 약점을 돌출시키려 한다. 과연 우리의 대선후보들은 어떤 모습으로 민족에게 각인될까? 분명한 것은 그들이 그동안 뿌린 씨를 거두는 것이다. 좋은 열매가 많이 거둬지기를 기도한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 들녘과 대선주자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대선주자가 되었다면 나에겐 털어서 나올 먼지는 없는가? 남의 티를 보지 말고 자신의 들보를 깨닫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