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만의 지루한 가뭄이 끝나고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한편 장마를 피해 알찬 휴가를 보내고자 머리를 짜내야 하는 고통도 없지 않다. 급속한 산업발달과 경제성장으로 일상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휴가문화도 많이 변화되고 있다.

체험학습과 예절 배워 ‘일석이조’

1980년대만 해도 농촌에서는 바캉스나 해수욕은 부유층들만이 하는 호화생활로 여겼고,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 학생들이 마을 개울가에 텐트를 치고 즐겼지만 여학생들이 캠핑을 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던 시절이었다. 특히 농가일로 바쁜 농촌으로 피서를 오는 것은 농민들에게 피해가 미칠까 염려돼 친지들을 방문하는 정도였다.

필자의 집도 시골이어서 여름철에는 직장에 다니던 친지들이 휴가를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지내곤 해 늘 손님 맞이에 바빴다. 냉방시설이 없었지만 나무 그늘과 냇물 등 천혜의 자연을 최대한 활용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찾았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이 돼도 마음껏 뛰놀지 못하고 남에게 뒤질세라 학원에 다니는 등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러나 예전에는 도시 아이들이 방학을 맞으면 친척이 있는 시골에서 지내다 갔어도 긍적적 효과가 더 많았고 추억거리를 남겨 줬다.  

도시에서는 먼지가 폴폴 날리는 실내 놀이터에 가면 비용이 많이 들고 건강도 헤치기 쉽다. 그러나 농촌은 산과 냇가가 모두 놀이터여서 자연스레 체험학습을 하며 어른들에게 예절을 익히는 등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교육효과를 얻는다.

이번 휴가철에는 가족과 함께 며칠 동안이라도 시골을 찾아 집안 어른들을 찾아 뵙고 가족간의 우애를 다지며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을 갖도록 했으면 한다. 필자도 시골을 떠난 지가 오래됐고 친지들도 남아 있지 않아 갈 곳 없음이 못내 아쉽다. 그래서 한옥 체험마을을 다녀올 생각이다.

필자는 수년 전에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이 다 돼서 경북 봉화군 춘양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오염이 되지 않고 특히 그 당시의 집이 아직까지 있어 감개무량했다. 실개천을 보니 그래도 옛 생각이 어렴풋이 났다. 식당주인 아주머니께서 청주분이어서 고향 사람을 만났다고 찰옥수수를 쪄주시는 등 인정을 베푸셨다.        

두 번째 고향인 보은군 동정리는 선영이 있어 자주 찾지만 옛 정취를 느낄 수 없다. 상주간 고속도로가 마을 앞을 통과해 을씨년스럽고 저수지 둑막기 사업으로 마을 전체가 사라지기 일보직전이다. 오늘날 우리의 농촌은 이농현상으로 고령화가 지속되고 이제 그분들 마저 세상을 떠나고 있어 머지않아 황폐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요즈음 도시인들 사이에서도 주말 농장을 하는 이들이 점차 증가되고 있다. 농민들과 자매를 맺어 도시인들은 노동하는 인간의 가치를 일깨우고 아이들에게는 전통문화와 자연생태 체험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성장하는 미래의 꿈을 심어 줘야 한다. 모처럼의 피서길에 짜증나는 교통정체와 바가지 요금, 오염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시골로 여행을 떠나보자. 아이들에게 모기도 물리고 불편한 화장실도 사용하도록 해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다.

자연을 느낄수 있는 시골 여행

이제 휴가 문화도 무리한 가계지출보다 계절에 관계없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문화로 개선이 돼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기계문명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매미소리 들으며 자연과 동화돼 정서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산교육의 장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

농촌이 휴가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도시와 연계된 상생을 위한 인프라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하여 도시인들이 가족들과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쉼터로서 일손을 돕는 것은 물론,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지 직접 유통으로 농촌 경제를 부활시키는 상호협력 시스템이 형성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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