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이 펼쳐진 역사의 땅 ‘부여’

부여는 남북을 S자 형태로 관통하고 있는 비단 같은 금강이 펼쳐진 역사의 땅으로 매년 가족단위 여행객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123년동안 백제의 왕도였던 부여는 천년세월이 깃든 역사의 보물 창고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관광지다.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문화를 대변하듯 도시자체가 아담하면서도 옛 왕도의 기품이 틈틈이 새겨 있는 고즈넉한 곳으로 사비성이라 불리웠던 부여 시가지의 중심에는 사적 제5호인 부소산성을 비롯해 정림사지 5층석탑, 궁남지 등 유네스코에 등재하기에 손색이 없는 유적지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 

▶ 저어라 사공아! 황포돛배타고 그 옛날 시간여행 백마강

썩고 망해서 거름과 정신을 남기는 백제의 금강은 삼천궁녀의 한이 서린 백마강이다. 백마강은 백제보 아래에 위치한 천정대에서 낙화암과 구드래 나루를 거쳐 반조원 나루까지 이어지는 약 16㎞ 구간이다. 백마강은 삼국사기에 백강, 일본서기에 백촌강으로 기록된 금강의 다른 이름이다. 백제의 도읍이 공주에서 부여로 옮겨온 사비시대(서기 538∼660년)에 일본, 신라, 당나라, 서역과 문물교류를 했던 통로로 전북 군산 앞바다를 통해 금강을 거슬러 올라온 황포돛배는 국제무역항인 구드래 나루에서 닻을 내렸다.

최근에는 부여가 수변관광레저 중심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백제보가 들어서고 황포돛배가 다니던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수심이 깊어진 백마강이 카누와 카약 동호인들의 뱃놀이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 검소한 백제 미학 오롯이 정림사 탑

정림사지가 자리한 곳은 부여읍 중심. 이름 그대로 정림사란 절이 있던 자리다. 지금 절터엔 석탑과 복원된 강당 건물, 연못, 그리고 정림사지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정림사지가 품고 있는 오층석탑(국보 제9호)은 백제의 우아한 아름다움의 표본이다. 훤칠한 키에 늘씬한 몸매를 지닌 석탑이다. 이 탑은 국내 모든 석탑들의 어머니격이다. 나무탑을 흉내 내던 이전의 돌탑을 벗어나 돌의 성질을 그대로 살려내 이뤄낸 돌탑의 전형이다. 오층석탑 뒤 복원된 강당 안에는 키 큰 석불이 모셔져 있다.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 108호)이다. 돌로 된 중절모를 쓴 듯한 멋쟁이 석불이다. 탑은 백제때 지어졌지만 석불은 고려때 것이다. 고려때 중창불사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 천년왕국의 아름다움이 넘실되는 부소산성

부소산성은 높이가 해발 106m에 불과하지만 부여의 진산이다.

산성내의 산책로는 이리 휘고 저리 휘며 이어져 편안하게 걸음을 안내한다. 완만한 산세로서 마을 뒷산을 산책하듯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며, 거닐고 쉴 만한 울창하고도 아름다운 숲길이 기다리고 있어 가족·연인과 함께 트래킹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맨 먼저 삼충사를 맞는다. 백제의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서복사지를 지나면 반월루가 있다. 백제시대 왕과 귀족들이 계룡산 연천봉에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하루를 계획했다는 영일루, 백제시대 곡물을 저장했던 창고인 군창지, 낙화암에서 꽃처럼 떨어진 백제 궁녀들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궁녀사당 등도 볼거리다.

부소산성에서 제일 높다는 사자루는 백마강 바로 옆 벼랑 위에 서 있다. 부소산의 최고 경승지는 낙화암이다. 삼천궁녀의 전설이 어린 낙화암 위엔 육각지붕의 정자 백화정이 서있다. 노송 기암과 어우러진 풍광이 정갈하다.

종착점에는 벼랑끝 천년고찰 꽃처럼 떨어진 삼천궁녀 품에 안은 고란사가 애잔한 풍경으로 서있다. 이 절은 원래 백제의 왕들을 위한 정자였다고 한다. 또 궁중의 내불전(內佛殿)이었다고도 전해진다. 절 뒤 바위 틈에 고란정이라는 약수터가 있는데 일설에 의하면 이곳의 약수를 먹으면 3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 비오는 날이 더욱 좋은 부여 궁남지

궁남지는 말 그대로 왕궁 남쪽의 연못을 가리킨다. 우리 역사에서 정원과 연못을 조성했다는 최초의 기록이므로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궁남지의 또다른 볼거리 연꽃은 정자를 품은 커다란 연못 주변에 널따랗게 심어져 있다. 무려 39만6천700여㎡의 거대한 부지다.

연못에는 연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산책로와 나무다리가 사이사이에 놓여 있다. 연지 둘레를 따라 걸으면 각종 야생화들이 피어있다.

▶ 백제 옛 향기 오롯이 무량사와 성흥산성

단아한 자태로 서있는 무량사 극락전은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되 결코 누추하지 않은’, 백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절집이다.

100년 넘은 싸리나무를 깎아 만든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면 절의 중심 건물인 극락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물 제356호이다. 극락전은 중층 불전으로 지어졌다. 겉으로는 2층인데 내부는 트여 있는 형태다.

무량사는 조선 세조 때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최후를 마친 곳이기도 하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항거하며 비승비속의 몸으로 떠돌던 그의 영정이 우화당 뒤편 전각에 봉안돼 있다.

한편 너른 부여 뜨락이 한눈에 담기는 성흥산성의 해넘이 풍경이 장관인 가림산성내의 대조사는 황금빛 큰새(大鳥)가 현신한 자리에 세워졌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높이 10m의 미륵보살은 절집 위쪽에 세워져 있다. 미래 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바로 그 보살이다.

▶ 위대한 대백제의 화려한 재림, 찬란한 문명속으로 백제문화단지

2010세계대백제전의 주무대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백제문화단지,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조성된 아시아 최대 역사테마파크다. 백제문화단지는 공공시설인 사비성(왕궁, 능사, 생활문화마을 등), 백제역사문화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민자시설인 숙박시설(콘도, 스파빌리지), 테마파크, 명품아울렛, 체육시설(대중골프장) 등으로 구돼 있다.

▶ 찬란한 역사를 꽃 피우는 백마강 둘레길

백제왕도 부여도 백마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이용한 명품 둘레길을 탄생시켰다.

백마강 둘레길은 찬란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며, 금강의 자연 수변공간을 활용해 조성된 탐방로로서 녹색성장의 원동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마강길은 구드래 공원 방면 부소산 입구에서 시작해 부소산을 관통한 뒤 백제보, 천정대, 부산, 희망의 숲, 금강살리기 5공구 수변공간, 궁남지, 신동엽 시비, 구드래 조각공원을 잇는 새로운 역사문화 탐방길로 총 연장은 24㎞에 이른다.

한편 백마강 강변은 하이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백제보에서 구드래나루를 거쳐 규암선착장에 이르는 백마강 양쪽의 강변은 금강자전거길이 달리는 구간. 대청댐에서 공주와 부여를 거쳐 금강하굿둑까지 이어지는 146㎞ 길이의 자전거길은 부여 땅에 들어와 처음으로 백제보에서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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