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한정되는 것 같다.

첫째는 노후생활이고 둘째는 자녀들 결혼이다.

쉴 틈 없이 바쁘게 살기는 살았지만 늘어난 수명보다 노후준비가 시원찮으니 모두들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또 자식들 결혼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다보니 결혼연령은 점차 늦어져 이제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 자식을 결혼시킨다는 것은 하나의 꿈이 돼가고 있다.

그러니 이 두 문제는 우리세대가 안고 살아야 할 커다란 숙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한 동안 아내와 함께 노후를 위해 조그마한 농지를 구입하러 돌아다닌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사건의 발단은 어느 날 아내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여보, 당신은 퇴직 후 무슨 계획이 있어요?”

“그럼요, 있고말고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봉사활동도 하고, 또 기회가 되면 강의도하고….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것을 묻소?”

“여보, 그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노후준비를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오늘 교회에서 노후생활 준비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듣고 보니 우리는 준비가 너무 허술한 것 같아요”

강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는 아내의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생각해 낸 것이 조그마한 밭을 사서 노후생활도 즐기고 우리가 먹는 채소는 자급자족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소를 돌아다닌 결과 땅값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비쌌고, 또 집 인근에는 우리가 찾는 크기의 땅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나는 원하는 땅을 찾으러 열심히 돌아다녔다. 결과는 한 달여 후 계획 포기였다. 왜냐하면 땅이 노후를 즐겁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부부를 구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농사라는 것이 자식 키우는 것과 같아 늘 관심을 쏟고 보살펴야 하는데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그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누가 날마다 밭에 나갈 수 있겠는가? 백수가 과로사 하는 세상인데….

그래서 고민 끝에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큰 화분을 사다가 흙을 담은 후 옥상으로 옮겨 농사를 짓자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며칠 동안 고생을 해 화분 십여 개로 옥상에 밭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농장’이라고 이름을 지은 후 바로 시장에 가서 고추, 오이, 상추, 가지 등을 사다가 심고는 날마다 물을 주며 가꾸느라 바쁘다.

“이 상추 원산지는 하늘농장이고요, 완전 무공해예요.” 아내는 싱싱한 상추를 저녁 식탁에 내놓는다. 나는 상추로 쌈을 싸서는 손사래 치는 아내 입에 억지로 넣어주며 한 마디 했다. “여보, 노후준비가 뭐 별건가! 당신하고 둘이서 이렇게 농사짓고 즐기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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