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오른손이 시큰거린다. 특별히 심한 운동이나 일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러다 낫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냈지만 손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놀란다. 특히 행사가 있는 날 사람들과 악수를 할 때 더욱 그렇다. 반갑다고 무심코 손을 ‘꽉’잡고 악수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어느 유명한 정치인처럼 오른손을 붕대로 감고 다닐 수도 없고….

사실 내 손은 내 몸에 비해 작은 편이다. 어머니의 손이 그랬는데 아무래도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 어머니는 그 자그마한 손으로 참 재빠르게 일을 잘하셨다. 집안일은 물론이며, 들일도 잘하셔서 동네 아주머니들로부터 손이 빠른 분으로 정평이 나셨다. 그래서 동네잔치나 행사가 있을 때에 어머니는 뽑혀 다니셨고 그 덕분에 어머니께서 귀가하실 때 가지고 오시는 맛있는 음식은 늘 늦둥이인 내 차지가 됐다

어머니에 비하면 내 손은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지만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나도 사람들로부터 부지런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러니 나의 부지런함은 어머니의 유산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어머! 우리 막둥이 동생 손은 아직도 애기 손같이 작고 통통하네”하며 요사이도 누님들은 내 손을 만지작거리신다. 머리가 반백인 50대 후반인 동생이건만 누님들 눈에는 여전히 어린 막둥이로만 보이는가 보다.

내가 살면서 느낀 가장 부드러운 손이라면 당연히 어머니의 손과 아내의 손이다. 어머니의 손은 늘 내 곁에 있었다. 기쁠 땐 언제나 어머니의 손이 나의 머리 위에서 또 내 등 뒤에서 ‘토닥토닥’ 거리셨다. 내가 아플 때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이 내 배 위에서, 내 이마 위에서 쉬지 않고 쓰다듬고 계셨다. 그런 어머니의 따뜻한 손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음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결혼 후 어느 해인가 보다. 출장 중 음식을 잘못 먹어 밤새 고생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새벽녘에 식은땀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 온 적이 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동안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아내가 준 약을 먹고는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비몽사몽간에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뜨니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내 손을 꼭 잡고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지금 그 기도 내용을 자세히 기억할 수는 없으나 아마 사랑하는 남편이 빨리 완쾌하기를 간구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때 느꼈던 따스한 아내의 손과 내 얼굴에 떨어지는 아내의 뜨거운 눈물은 깊은 강물이 돼 내 가슴 속에서 쉬지 않고 흐르고 있다.

아직 때 이른 소망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으로 떠날 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손인 ‘아내의 손’이 나의 손을 꼭 잡아 주길 바란다. 그리고 잠시 만이라도 아내의 얼굴을 쳐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눈으로 이런 말을 하리라 “여보, 난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했소. 고맙소. 그리고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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