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화상과 고려시대 승과고시(僧科考試)--<이세열 직지디제라티연구소장>
백운화상과 고려시대 승과고시(僧科考試)--<이세열 직지디제라티연구소장>
  • 충청매일
  • 승인 2012.03.2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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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편찬한 이는 고려시대 백운경한(白雲景閑) 선사이다. 직지가 비록 백운선사에 의해 독창적으로 창안되지 않고 경덕전등록과 선문염송 등 중국의 선서(禪書)를 참고로 요약한 것이지만 당시 학승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교재 중 하나였다.

예비시험과 본시험 구별

백운선사는 승과고시를 보고 승려의 최고 직위인 국사나 왕사에 나라에서 초청을 해도 오로지 자신의 수행만을 내세웠던 그러한 참 불제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승과(僧科)는 나라에서 실시한 승려에 대한 자질을 평가하는 과거제도이다. 고려 태조(太祖) 4년(921)에 이미 해회(海會)를 설치해 승려를 선발하는 제도가 있었으며, 그 후 왕권이 확립된 광종(光宗) 때에 와서는 과거제도와 함께 승과제도를, 선종(宣宗) 때에는 문과고시와 동일하게 3년 간격으로 실시됐다.

오늘날 각종 고시에서도 1차 2차 시험이 있듯이 고려시대 승과에는 예비시험과 본시험의 구별이 있었다.

예비시험은 각 산문(山門)이나 종파(宗派) 내에서 실시하며 여기에 합격을 한 승려들은 본 시험인 국가에서 시행하는 대선(大選)에 응시해야 했다. 대선(大選)에는 선종선(禪宗選)과 교종선(敎宗選)이 있었는데 선종대선은 주로 광명사(廣明寺)에서 선종의 승려(僧侶)에게 실시했고, 교종대선은 왕륜사(王輪寺)에서 각 교종의 승려들에게 실시한 제도였다. 그러나 승과시험에 합격해 선사, 대선사, 수좌, 승통의 법계에 이르러도 모두 왕사(王師)나 국사(國師)의 칭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법계에 오르신 분 중에서 왕사와 국사를 뒀다.

당시 고려시대에 있어서 왕사와 국사는 법계의 최고 직위와 더불어 왕의 정치, 학문, 인격도야를 위한 스승이자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문(顧問)으로 모셨다. 고려시대 제31대 공민왕 때에 태고보우(太古普愚)는 임제종(臨濟宗)을 도입하여 선문(禪門)의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형성했고 그와 같은 시대의 인물로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승려로는 나옹혜근(懶翁惠勤)과 백운경한이 있다. 특히 백운은 직지를 편찬했으며 간화선(看話禪)을 중시해 무심(無心) 사상을 내세웠으나 금속활자 인쇄에 관여한 석찬과 달잠, 그리고 법린 등 아주 극소수의 제자만을 배출했다.

한편 태고보우의 문하에서는 혼수와 찬영 등이, 나옹의 문하에서는 자초와 축원 그리고 법장 등의 고승들이 배출돼 조선시대 들어 불교를 비판하고 배척하는 배불운동이 크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교의 명맥을 이었다.

배불(排佛) 운동은 고려말부터 세차게 일어나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한층 거세졌음에도 개인적으로 불교를 숭상했던 태조 이성계는 직지와 함께 금속활자로 인쇄 됐을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의 찬자(撰者) 조구(祖丘)를 국사에, 자초(自超)를 왕사에 임명하는 등 많은 불사(佛事)를 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승려가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고 도첩제를 엄격하게 시행했다. 이러한 승과제도는 숭유억불(崇儒抑佛)을 정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 중엽까지 이어졌다.

태조의 스승이기도 한 무학자초(無學自超)는 조선시대 최초이자 최후의 왕사(王師)로서 18세에 출가해 1353년에 원나라에 가서 인도승 지공과 고려승 나옹을 만나고 1356년에 귀국했다. 그 후 나옹의 선법을 전수하고 여주 고달산에 초암(草庵)을 짓고 숨어 지내다가 태조가 즉위하지 왕사에 임명됐다.

국사·왕사, 나라의 최고 고문

그러고 보면 무학대사는 백운경한 보다 2년 늦게 원나라로 가서 백운의 스승이기도 한 지공에게 가르침을 받고 또한 이미 원나라에 가 있던 나옹을 만나기는 했으나 무학이 백운과 직접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자세하지 않다. 지나친 억측일지는 모르나 백운은 이미 이성계를 알았고 그가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는 뜻과 불교를 배척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직지의 간행을 서두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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