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은 미래의 전환점--<이세열 직지디제라티연구소장>
졸업은 미래의 전환점--<이세열 직지디제라티연구소장>
  • 충청매일
  • 승인 2012.02.09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서당에서 책 한권을 다 떼면 국수·경단·송편을 장만해 스승과 함께 오늘날 졸업식에 해당되는 책례(冊禮)인 책거리(책씻이)를 하며 학생의 학업성과를 축하했다. 또한 최고학부인 성균관 졸업식 때 유생들은 임금이 하사한 술잔을 마시며 군신(君臣)의 단합과 동료간 우의를 다졌다고 한다. 매년 2월은 각급 학교가 본격적인 졸업시즌으로 분주하다. 

진달래 꽃다발 의미

근대교육이 시작되고 일제강점기 때 많이 설립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의  졸업식 노래는 스코틀랜드의 민요곡(Auld Lang Syne)에 반딧불 이라는 “호따르노 히까리 마도노 유끼(반딧불과 창문 밖의 눈빛을 밝히며) 흐미요므 쯔끼히 가사네쯔쯔(공부하던 그 세월을 거듭해 가면서 …)”라고 가사만 바꿔 불렀다. 그리고 해방 이후 국민학교 때 불렀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는 우리말로 된 노래가 없던 시절 1946년 동요 작가 윤석중 선생이 작사하고  정순철 선생이 탁월한 악상을 띄우면서 불멸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이 노래에서 꽃다발을 선사한다는 가사가 있어 대도시에서는 꽃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하나 1970년대 무렵만 해도 시골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 앞 정문에 꽃장사가 지금처럼 장사진을 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필자가 언젠가 부모님에게 졸업식 때 꽃다발을 왜 안 주냐고 하자 선친께서는 대학 졸업식 때 산에서 진달래 꽃을 한 달 전에 구해 따뜻한 방 안에 두었다가 졸업식날 정성이 듬뿍 담긴 만개한 멋진 화환을 받은 적이 있다.

중·고등학교 졸업식 노래는 일제시대 때 불려졌던 스코틀랜드의 민요곡 ‘올드 랭 사인’에 강소천이 작사한 한국어 가사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오…“와 가 많이 불리어 졌다. 최근 학교 폭력으로 친구간에 우정이 단절되는 것과 달리 교복시대에는 노래말처럼 3년 간 함께 정을 쌓아온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이별의 장이었다. 졸업식가로 많이 불려진 이 올드 랭 사인은 1948년 정부수립 후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國歌)’로서의 공식 역할을 하기 이전에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우리의 애국가 가사를 붙여 부르던 암울한 시절이 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졸업식 노래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 기존의  ‘올드 랭 사인’ 과 같은 졸업식 노래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신세대에 맞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유명 가수가 부른 노래나 자체 제작한  새 노래를 졸업가로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라는 전통적인 ‘졸업가’ 가사는 고학력 시대인 지금과 내용이 맞지 않아 이미 불리어지지 않은지 오래 됐다.

최근 록 밴드 출신 듀엣 가수 015B가 부른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와 같은 가사로 된  ‘이젠 안녕’이라는 곡과  가수 카니발의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해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이란 ‘거위의 꿈’ 등 기존의 대중가요를 졸업가로 선정한 학교도 상당수에 이른다.

추억과 희망 만드는 계기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와 더불어 교육 기회가 확대되면서 졸업이란 간단한 통과 의례로 축소되고 있다. 조선시대 성균관 졸업생들도 재학 중에 입었던 푸른 제복을 찢는 파청금(破靑襟)이란 의식을 행했지만 요즈음처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축하 행사로 안전사고를 방지코자 경찰력이 투입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색적인 문화 졸업식을 기획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졸업은 한 단계 높은 과정이나 성숙한 사회인으로 미래의 출발을 다짐하는 새로운 전환점의 자리이다. 그래서 졸업식은 잊지 못할 추억과 희망을 남겨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참된 의미를 되새기며 내실 있는 문화 활동의 장(場)이 되도록 사회정서가 조성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