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후반의 박태준 (1930년대)

순수했던 학창시절의 기억

필자가 회원으로 있는 청주의 사진 동아리 ‘10인10색 청평포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 가운데 초등학교 교장과 교육장을 지내신 분이 계시다. 이분을 우리는 늘 ‘교육장님’이라고 호칭하는데, 이분의 애창곡이 우리 가곡 ‘동무생각’(思友)이다.

어쩌다 1박 2일의 출사라도 가게 되면 저녁 식사 후 노래 한가락씩 하는 자리가 펼쳐지는데 이때마다 교육장님의 십팔번 ‘동무생각’은 빠지지 않는다. 이승업 전 보은 교육장님의 이야기다.

‘동무생각’은 지금의 50~60대 이상의 분들은 거의가 기억하거나 애창하는 가곡 중의 하나다.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어느 학교에서나 대부분 이곡을 가르쳤기 때문에 모두들 이 노래에 익숙하다. 가장 오랫동안 음악교과서에 실린 노래라고 한다. 이 노래가 부르기에 과히 어렵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그 시절의 학생들에게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필 적에…”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들으면 문득 지나간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흰 컬러 검정 교복속의 순수하던 10대의 그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는 것이다.

이 노래는 대개 1, 2절만 부르는데 원래는 4절까지여서 전체 가사는 다소 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먼저 만들어진 시 등에 곡을 붙이는 보통의 가곡 작곡과 달리 이 노래는 박태준(朴泰俊·1900~1986)이 작곡한 곡에 이은상(李殷相·1903~1982)이 가사를 붙였다. 시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던 이은상은 가사를 쓰면서 그 속에 젊은 박태준의 감정을 잘 담아냈다.

       

                 동무생각(思友)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

1.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2.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 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맘에

흰 새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3.

서리 바람 부는 낙엽 동산 속

꽃진 연당에서 금새 뛸 적에

나는 깊이 물 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진 연당과 같은 내 맘에

금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4.

소리 없이 오는 눈발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박태준은 이 노래를 작곡할 때 마산에 있었다. 대구 계성학교를 거쳐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마친뒤 마산의 창신학교에 영어겸 음악선생으로 가 있었다. 창신학교는 이은상의 부친이 설립한 학교였다. 훗날 시조시인으로 이름을 떨친 이은상도 이때 이 학교에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은상이 나이로는 조금 아래였지만 예술적 취향이 같았던 젊은 두 사람은 자주 어울렸다.

마산의 합포해변을 거닐며 첫사랑 이야기도 나누었을 것이다. 박태준의 첫사랑은 그 시대 사람들이 대개 그러했듯이 만나고 헤어지고 어쩌고 하는 그런 첫사랑이 아니다. 함께 제일교회에 다니던 신명학교 여학생을 박태준이 짝사랑 했던 모양이다.

이정식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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