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 전인가 보다. 퇴근 후 저녁 집에 있는데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통장이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올해도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은다고 한다.

‘일회성 기부’로 끝나선 안돼

직장인들은 매년 이 맘 때쯤 되면, 본인의 동의하에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성금으로 내고 있다. 직장에서 내는데 왜 또 내야 하는지 언짢은 기분이 없지 않으나 직업상 혹은 밤에 찾아온 통장의 얼굴을 보아 지갑에서 얼마를 꺼내 통장에게 내어준다. 강제금인지 성금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그래도 이젠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예전엔 가구당 일정금액을 걷더니 이젠 주고 싶은 만큼 주란다. 명단을 얼핏 보니 천원부터 만원까지 다양하게 낸 금액들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정말인가 보다.      

기부란 사회 구성원 상호간 ‘나눔의 문화’이다. 기부는 쉽게 말해 나의 형편과 입장을 덜 내세우는 대신에 타인의 삶을 더 많이 배려하고 아껴주는 인간애의 다른 표현이다.

강고한 성벽도 벽돌 하나하나의 역할이 중요하듯 튼튼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건강하고 튼튼해야 한다.

벽돌이 하나씩 부서지기 시작하면, 강하고 단단했던 벽돌도 같이 부서져 성벽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사회도 다르지 않다. 타인의 어려움이 결국 순환되어 나에게로 돌아온다. 여기에 기부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약자층의 불안과 불만을 아우르면서 우리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구조로 성장시켜 가야한다. 복잡다단한 이익사회가 ‘사람 살맛나는 세상’이  되려면 주변 이웃들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는 온정의 손길이 참으로 소중하다.

기부란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우리의 기부문화는 척박하며,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계, 두레, 향약 등 주민이 어려울 때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전통은 있었으나, 주로 울력의 개념이었으며 그나마 불가에 보시(布施)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개별적 기부형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 들어서는 연말연시, 재난위기, 국가에 중대사가 있을 때 마다 임시방편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한 관의 주도로 기부 문화가 정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관에서 주도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연말에 집중되는 후진국형 기부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기부자가 기부에 대한 인식과 신념을 가슴깊이 간직하지 못한 채 ‘동정심에 의한 일회성 기부’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불우한 이웃과 도움을 원하는 소외된 사람이 12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기부문화가 12월에만 집중 된다면 이는 진정한 기부문화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의 기부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모집과 사용에 있어서의 적정성 및 투명성 문제, 기부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의 문제, 필요한 법제도의 지속적인 개선의 문제, 사회적 공감대 형성, 기부금 관련단체의 문제 등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종교단체, 교육기관, 선거에는 많은 기부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사회복지로는 기부금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수의 지도층 보다는 다수의 국민들에 의지하는 기부금의 액수가 훨씬 많은 편이다. 우선 기부에 대한 참가율을 높이는 일과 기부금액에 앞서 기부의 횟수를 증가시켜야 하는 문제가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최근 월급에서 자동으로 일정액을 기부하는 기부방식이 국내 기업이나 공직사회에서 서서히 생겨나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금액보다 횟수를 증가 시켜야

얼마 있지 않으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세모에 서서 우리의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거리에 나가 작은 성의를 담아 구세군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보여주자. 전국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계가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하여 부(富)를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는 ‘참된 사용’에 있으며 단순히 ‘보유’하거나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일깨워 주자.

올 겨울에는 구세군의 요령 소리가 우리 주위의 불우한 이웃에 따뜻하게 울려 퍼져, 우리 모두가 포근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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