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주거는 삶의 터전이다. 원시인류는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여 맹수나 비나 추위 등을 피하는 장소이자 식량을 보관하는 기능을 수행했지만, 오늘날 주거는 휴식의 공간이자 재산 증식의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인 40% 한옥 선호

우리나라의 주거문화는 근세에 들어 한옥 건축기술의 쇠퇴와 함께 도시형 한옥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경제성장기인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아파트가 사회의 보편적 주거 형식으로 정착되면서 전통 한옥은 개발 바람에 밀려 원시적이고 후진적이라 해 점차 사라졌다. 자연 풍광 속에 뒤섞여 고풍스런 운치를 돋보이는 한옥은 곳곳에서 문화적 향취가 묻어 나온다. 날아갈 듯한 처마의 곡선과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한 폭의 풍경화를 자아낸다. 그러나 돌담이 둘러쳐진 초가집과 기와를 올린 전통 한옥은 민속촌이나 한옥보존 지역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어려운 시점에 있다. 한옥은 한 때 편리함과 실속 차원에서 경시당하고 재개발 지역에서 급속도로 도시화에 밀려 퇴보했다. 한옥에서 제일 불편한 것은 재래식 화장실인데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뒷간의 재료도 중요한 농작물의 거름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오늘날 한옥은 양옥의 기능적 요구와 현대적 감성을 지닌 실내 인테리어와 화장실을 집안에 설치해 불편함이 없다.    

외국은 오랜 문화와 전통을 잘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곳이 많다. 고성(古城)과 골목길마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우리나라도 2010년도에 안동하회 마을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40%가 한옥에서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는 양옥보다 한국인의 체질에는 한옥이 맞기도 하고, 개성을 살릴 수 있고 내 땅을 가진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난 경우라 하겠다.

최근에는 새로운 주거문화에 대한 향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통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복원과 유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옥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어서 의미가 더욱 새롭다.

지난날 한옥은 사무실 용도로는 불편하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한옥 동사무소와 도서관도 생겨나고 있으며, 한옥식 아파트와 호텔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기존의 한옥마을에서는 고즈넉한 정취에 재미있는 추억체험까지 할 수 있는 한옥을 주제로 한 관광 붐이 일고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전통 한옥 마을을 조성해 체험장소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바쁘게 살아 왔던 지난날 보다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우리 환경에 맞는 정체성의 회복이라고 본다.

아파트는 편리함은 주지만 정원도 없고 고밀화, 고층화, 획일화되면서 정서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또한  침대에 전기 장판을 깔거나 기름 보일러 등으로 방 전체가 난방이 잘되지만 각종 화학성 재질의 건축자재로 인해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옥은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구들을 덥히는 온돌 방식이어서 온습도 조절이 자연적으로 이뤄져 가습기가 없어도 된다. 또한 황토에서 발산되는 따끈한 열기는 피로를 풀어 주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 환경에 맞는 정체성 회복

한옥은 우리 조상들이 자연조건을 활용한 입지조건에 고도로 정제된 디자인과 수세기 동안 이어온 건축의 지혜를 모은 시공기법을 가진 과학적인 건축임에도 아직 외면을 받고 있다. 한옥이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전통 건축문화와 실생활에 편리한 현대적 패턴을 수용한 친환경적인 인테리어 공간구조가 조화롭게 융합돼야 한다. 또한 경제성은 한옥의 수요를 유지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이므로 건축 재료의 표준화와 모듈화로 고가의 건축비용을 해소한다면 가장 아름다운 보금자리로 대중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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