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등 재계측이 `기업규제 완화’를 요구한데 이어 한나라당의 신임 김만제 정책위의장팀이 재벌정책 전면재고를촉구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이를 `재벌 편들기’를 위한 정치공세로 몰아붙임으로써여야간 재벌정책 논쟁이 경제철학, 이념대결의 양상으로 번지고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대기업 출자총액제도, 부채비율, 30대 계열 지정제도 폐지등의 주장을 `재벌옹호론’으로 규정, 강력한 비난공세에 나섰으며, 한나라당은 현정부의 기업개혁정책을 `재벌해체론’이라고 주장하며 규제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출자총액 제한과 부채비율제한폐지, 30대 기업집단지정제도 기준조정 및 대상축소,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등에 대해 정.재계가 이미 합의한 `5+3’ 기업구조개혁원칙을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 정책위는 “출자총액과 부채비율(200%)의 제한을 없앨 경우 재벌의 과잉.중복투자 및 차입경영이 심화됨으로써 경쟁력있는 기업과 경쟁력없는 기업의 자본구조가뒤엉켜 연관된 기업이 잘못됐을 경우 다른 기업마저 `위기’를 맞는 악순환이 재연될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폐지 주장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를 예로 들어 “이미지난 99년말에 내년 3월까지 없애기로 정.재계가 합의한 사항인 만큼 없앨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에 대해 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지주회사에 대해 부채비율을 100%에서 200%로 완화하고, 사업다각화를 허용할 경우 은행돈 등을 끌어들여 다시 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이 이뤄질 것이며 이 경우 핵심역량에 투입돼야 할 자본이 분산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핵심역량 강화 ▲지배주주 및 경영진 책임경영 강화와 ▲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선 ▲순환출자억제 및 부당내부거래 차단 ▲변칙 상속.증여 방지라는`5+3’ 기업구조개혁의 원칙에 대해 정.재계가 합의했으며 이는 `재벌해체가 아니라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원칙임을 강조한 뒤 일관된 정책추진 의지를 다졌다.
이명식 부대변인은 “재벌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필요성과 문어발식 경영의 폐해는 IMF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소중한 교훈인데 이제 와서 재벌옹호론을 다시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신임 김만제 정책위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은재벌해체론”이라고 정부 정책에 대해 공식 이의를 제기한 이래 연일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사견임을 전제로 재벌정책을 비판했던 김 의장은 14일 오전 의장단회의를 갖고 `기업활동 규제정책에 대한 정책제언’이라는 정책자료를 채택, 총재단회의에 보고했다.
이어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현 정부는 집권초부터 기업정책의 주안점을 재벌개혁에 두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감소, 비주력 계열사 처분 등 부분적으로는 개선효과도 있었으나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재벌그룹을 개별회사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정책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책수단들이 규제장치로서만 기능하는 등 문제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출자총액제한, 부채비율 200%, 30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지주회사 설립요건 등의 폐지 또는 완화를 요구했다.
임 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25%)은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초과분 해소시한인 내년 3월말까지 투명성제고와 지배구조개선정도가 미흡할 경우 출자총액한도를 상향조정하고 부채비율 제한은 금융기관에 일임함으로써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30대 기업집단지정제도에 대해서는 자산.매출액.차입금 규모 등을 기초로 한새로운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대상 범위도 대폭 축소하고 지주회사 설립요건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임 의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재벌정책에 대해 당내에서도 “지나치게 친재벌적인 내용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총재단회의에서 김만제 의장이 “총재단회의 후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보고하자 이회창 총재는 당황한 표정으로 “여기서 얘기좀 하고 나서 다음에 합시다”라고 일단 제동을 걸었다.
회의에서 일부 부총재들은 “재벌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했으며, 이에 따라 이 총재는 “재벌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처럼비치지 않게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여당 주장과의 차이도 분명히 해 그같은 오해를불식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