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일터 만들기 프로젝트

1983년 9월 17일 11시50분 내겐 평생 잊을 수 없는 날 이었다. 충주 수안보의 어느 호텔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발전기를 끄기 위해 지하 2층 발전기실로 내려갔다가 시간이 한 20분 남아서 뽀얀 먼지가 앉은 발전기를 걸레로 닦아주다가 발전기몸체하부 브러시팬에 걸레가 빨려 들어가면서 오른쪽 손가락 4개를 잃고 말았다.

국민들의 ‘빨리빨리’ 문화

순간 나는 정신을 잃을 뻔 했고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꽃도 피기 전에 이제 내 인생이 끝났다는 자괴감과 열등감이 나를 더욱 짓눌렀다.

그때 그 기계에 안전카바만 돼 있었더라면 아니면 돌아가는 기계에 손을 대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28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문득 든다.

우리나라의 전년도 산업 재해율은 0.69%로 OECD국가 평균보다 2~3배 높다.

물론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성이 서두르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급하다. 그도 그럴 것이 5천년 역사동안 전쟁이 무려 1천번 정도 있었다. 여차하면 전쟁터에 나가야 하고 피난가고 숨어야 되니 평안할 날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지금도 북한과의 전쟁 중인 휴전 상태로 긴장 속에 살고 있다.

나라마다 고유문화가 있는데 중국은 만만디(천천히)문화가 있고 중동나라들은 인샬라(신의 뜻대로)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소개 하기를 빨리빨리 문화라고 말한다. 

그동안 기업체의 안전관리 업무를 해오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무슨 일이든 급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천정 수리하는 일을 맡겼을 때 미국 사람의 경우 이동식비계를 구해오고 그곳에 상부 안전 난간대를 설치하고 다리에는 아웃트리거를 부착한 다음 안전모와 턱끈을 매고 하는데 준비 시간이 2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한국 사람의 경우 A형 사다리를 가져와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그냥 올라가 작업한다. 준비하는 시간이 10분도 안 걸렸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들이 거의 대부분 절차와 순서를 무시하고 서둘러서 발생한 결과들이다.

그럼 나는 어떤가? 기다리던 신호등이 켜 졌을때 앞차가 얼른 출발하지 않는다고 3초도 못 기다려서 바로 빵하고 크락숀을 누르지 않는가. 뒷차 또는 옆차가 끼여들기 할 때 순순히 양보하는 편인가.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이러한 습성들이 우리에겐 부족하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와 눈부신 성장을 가져왔지만 그 이면에는 산재사고 왕국,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을 가져왔으며 수많은 가정이 파탄하거나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겪으면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왔다.

살기좋은 나라 복지국가를 만들려면 우선 사고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동안 성장속도를 중시했다면 이제는 국민들의 안녕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국가는 법과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역사적으로 뿌리깊이 잠재해왔던 급한 습성들을 제어해야 하며 꾸준한 계몽과 홍보를 통해 안전의식을 높여나가야 한다. 나머지는 국민들의 몫이다. 국가가 정해놓은 법과 질서를 잘 준수하며 서두르지 않는 생활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봐야

기나긴 세월동안 유전적으로 타고난 급한 습성들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

어느 행동과학자가 말하기를 사람이 습관이 바뀌려면 3개월 혹은 40회 이상을 반복해야 비로소 고쳐진다고 한다

조급한 행동으로 인한 잠깐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늘 나와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를 가지고 사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해 사고 없는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나갑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