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대책·복지혜택 등 마련해야”

대구에 살고 있는 A할머니는 빚(보증)으로 인해 거주불명등록이 된 채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다. A할머니의 남편은 2005년 생을 마감했다.

A할머니는 현재 파출부 일로 한 달에 40만~50만원의 소득으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당뇨, 혈압, 갑상선 등의 질병을 앓고 있어 한달 평균 7만원의 의료비가 들어간다. 반지하 방에 거주하면서 월세 7만원도 내야 한다.

울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B할아버지 부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부부수급자였으나 빚 때문에 거주불명등록이 됐다. 지난 4월16일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해 수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생활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기초노령연금 외에 다른 복지혜택은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득도 없어 궁핍한 생활을 언제 벗어날지 까마득 하다.

노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노년층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노인들에게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빈곤과 자살은 물론 독거노인의 증가와 존속학대 등 우울한 모습들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불행하게 살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달픈 일이 돼 버린 듯하다.

▶존속학대에 신음하는 노인들

노인학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자녀 등 직계 가족에 의한 신체적 학대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보건복지부(복지부)에 따르면 매년 노인학대로 인한 신고건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천건을 넘어섰다. 올해는 6월까지 1천569건이 접수됐다.

이들 사건의 대부분은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녀 등에 의해 벌어지고 있어 존속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존속에 대한 학대는 2005년 2천56건에서 지난해 2천530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노인학대에서 73%를 차지하는 수치다. 학대가 이뤄지는 장소도 ‘가정내’(85.6%)에서 가장 많았다.

노인학대의 유형도 과거에는 정서적 학대 유형이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신체적 학대 사례가 급증했다. 2005년 665건에 비해 지난해에는 1천30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존속에 대한 범죄도 심각한 수준이다. 연간 존속에 대한 범죄는 1천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중 존속 상해·폭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존속 범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존속살인을 비롯해 상해치사, 폭행치사, 유기·학대치사 등 존속범죄로 인한 사망자도 지난 3년간 총 204건에 이른다.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노인도 증가

집도 절도 없는 무연고 노인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국민 중 주소지가 없어 거주불명등록자로 판정된 노인이 무려 7만9천여명에 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거주불명 등록자로 판정된 65세 이상 노인은 7만8천905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3만83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1만3천714명) △부산(7천566명) △인천(3천210명) 등의 순이었다.

거주불명 등록자는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주민등록 말소자에게 마지막 주소지를 행정상 관리 주소로 해 일괄 거주불명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다. 거주불명으로 등록되면 국민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 등 대부분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7만8천여명의 거주불명 등록 노인 중 0.86%에 해당하는 679명만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주불명 등록 노인들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수급률 제고 방안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혼자 살거나 부부만 쓸쓸하게 사는 노인도 많다. 노인 가운데 홀로 사는 노인은 102만명이다. 전체 노인인구의 18%가 넘는다. 노인 3명 중 2명은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 거리 다니는 것도 위험

노인들은 거리를 다는 것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선진국 평균에 비해 4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자수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34.6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반면 △미국 14.2명 △일본 10.5명 △호주 8.3명 △프랑스 7.9명 △독일 6.5명 △영국 5.0명 등 OECD 주요국의 평균은 8.7명에 불과했다.

도로교통공단의 ‘2010 지역별 교통사고통계’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550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보다 5.7% 감소한 수치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는 모두 1752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1.8%를 차지했다.

사라지는 노인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노인·치매환자·지적 장애인 실종 현황’에 대해 분석한 결과에서다. 지난해 실종된 노인·치매환자·지적장애인 수는 1만6천110명으로 2008년의 1만1천830명보다 36% 급증했다.

치매환자 실종은 2008년 4천246명에서 2009년 5천659명, 2010년 6천566명으로 집계됐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치매 유병률 증가로 치매노인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노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에는 치매 유병률이 9.7%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 실종도 2008년 2천720명에서 2009년 2천360명, 2010년 2천845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종된 노인의 남·여 비율은 남성이 55%(5천304명), 여성이 45%(4천355명)로 분석됐다.

▶“노인보호대책·복지정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노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국가는 노인들을 보호하고 돌봐야할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며 “노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도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노인들이 외면 받고 있다”며 “정부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인들을 돕기 위한 복지혜택과 대책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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