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맞고 감옥에 간 ‘마늘밭 사건’

▲ 현금 110억원이 뭍혀있었던 전북 김제의 마늘밭.

2011년 봄, 현금 110억원이 출토(?)된 전북 김제의 마늘밭 사건은 한편의 코미디였다. 매부가 처남들이 맡겨놓은 돈을 몰래 썼다가 나중에 혼날 일이 두려워 포크레인 기사가 땅에 묻어놓은 것을 훔쳐갔다고 둘러대려고 포크레인 기사에게 의심투의 말을 건넨 것이 화근이었다.

포크레인 기사는 자신이 죄를 뒤집어 쓸까봐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그 땅에서 100억이 넘는 돈이 나올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 했다.

황금밭으로 변했던 마늘밭

인천에 사는 이모씨(48) 형제는 2008년 1월 중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매 게임마다 수수료로 10% 이상을 챙기기 때문에 사이트 접속자가 늘어나면서 단시일에 떼돈을 벌 수 있었다. 도박사이트 개설기간은 2009년 11월까지로 2년이 채되지 않았으나 그 사이에 번 수익금은 170억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불법적으로 번 돈을 은행에 입금할 수는 없었다.

돈이 엄청나게 쌓이기 시작하고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수사를 좁혀오기 시작하자 이씨 형제는 전주에 사는 매형에게 현금 보관을 부탁했다. 10여차례에 걸쳐 110억여원을 매형의 아파트로 보냈다. 매형은 돈을 다용도실 등에 보관하기 시작했지만, 금액이 커지자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 작은 처남(44)은 불법도박사이트 개설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었고 큰 처남은 자취를 감췄다.

이씨는 ‘돈을 어떻게 감춰둘 것인가’하고 궁리 끝에 전주에서 멀지 않은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에 매물로 나온 300평짜리 마늘밭을 사들였다. 그리고 밤중, 또는 새벽에 돈을 플라스틱통에 넣어 파묻었다. 혼자 힘으로 깊이 파지는 못했다. 대략 1미터 정도였다.

그후 이씨는 이 돈 가운데 2억8천만원 가량을 개인용도로 썼다. 그리곤 불안했다. 처남들에게 변명할 말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러던 지난 4월 초 어느 날 문득 이씨에게 땅을 판 원래 땅주인이 이씨가 2월 하순께 산 땅에 있던 매화나무 등을 그 옆에 있는 자신의 땅에 옮겨심기 위해 포크레인을 불렀던 일이 생각났다. 돈을 파묻은 근처였다. 불안한 마음에 그 곳을 파보았다. 플라스틱통 두 개가 보이지 않았다. 7억이 없어진 것이다. 이씨는 인근에 사는 포크레인 기사 안모씨(55)를 좀 보자고 했다.

이씨는 “밭에 조폭들의 사이버 머니 17억원을 넣은 페인트통 5개를 묻었는데 그중 2개가 없어졌다”며 안씨를 추궁했다. 이씨의 추궁에 안씨가 반발하며 “그게 사실이면 경찰에 신고하자”고 맞서자 이씨가 “그렇게 하라”고 했단다. 안씨는 인근 금구파출소에 그 사실을 신고했다.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남들에게 자신이 쓴 돈까지를 더해서 없어진 돈을 모두  안씨에게 뒤집어 씌우려다가 오히려 본인이 되잡힌 경우다.

법원은 지난 8월 10일 범죄수익은닉혐의로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이씨의 부인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밭에 파묻었던 돈과 마늘밭을 몰수하고 4천100만원을  추징했다.

포크레인 기사 안모씨는 이씨형제들에게 보복 당할 것이 두려워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외지에서 숨어지낸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마늘밭은 한동안 황금밭이라고도 불렸다.

마늘밭 사건이 불러온 웃기는 도둑 이야기

그런데 그 후 웃기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최모씨(48)는 김제 마늘밭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자기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박모씨(43)를 떠올렸다. 박모씨가 평소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자랑했었기 때문이다. 마침 박모씨는 가족과 함께 1년 넘게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었다. 서울에는 이따금씩 들어오는 것 같았다. 박씨는 해외로 가기 전에 아파트의 모든 창에 든든한 방범창을 설치해 놓고 갔다.

최모씨는 박씨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다고 했고 집에 방범창까지 설치해 놓은 것으로 보아 그의 아파트안에 거액의 현금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 마늘밭 사건이 발생한 이후여서 도박수사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은 서울에 들어오기 어려울 것이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최씨는 지난 5월 강모씨 등과 모의해 아파트 현관 전자자물쇠를 교체하는 수법으로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주민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2명을 불러 ‘언니 집인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자물쇠를 교체하는 것’이라며 열쇠 수리공을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집안 곳곳을 뒤졌으나 돈은 한푼도 없었다. 경찰은 최씨 일당과 가깝게 아는 이의 신고를 받고 최씨 등 관련자 6명을 붙잡아 특수절도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돈을 못 들고 나온 덕에 구속은 면한 케이스 같다. 집주인 박씨는 자녀교육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늘밭 사건이 만들어낸 파생범죄였다.                           

 이정식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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