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과밀집중… 민원 등 부작용 속출
지역분산 규정 등 사회적 제도 장치 필요

최근 들어 치매나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일반 가정집에 집단 수용해 돌보고 치료하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이른바 그룹홈이 확산되면서 주민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님비현상과 같은 소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시설 허가기준 미비와 지자체의 방관에 그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그룹홈’으로 불리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치매와 중풍 등의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자신의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돌보고 치료하는 시설이다.

거주지와 가까운 개인주택이나 아파트 내에 시설을 두고 있어, 부양가족들이 일상적인 생계활동을 하면서도 수시로 방문해 치매 부모를 돌볼 수 있는 잇점을 갖고 있어 노인요양원의 대안적 시설로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는 그룹홈이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많이 편중돼 있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민민원을 비롯한 각종 부작용까지 초래한다는 점이다.

부산시의회 이진수 의원이 부산지역 그룹홈 실태를 파악한 결과, 모두 58개 그룹홈 시설에서 355명의 노인질환자가 수용돼 있는데 이들 상당수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동래구의 경우 전체 6곳에 이르는 그룹홈 가운데 절반인 3곳이 안락동 H 아파트에 몰려 있다.

남구도 전체 5개 시설 중 4개가 용호1동의 00 번지 내에 위치해 있고, 해운대구는 13곳 중 각각 4곳과 3곳이, 연제구는 5곳 중 3곳이 특정 건물이나 아파트 내에 집중돼 있다.

특히 동래 H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1개동 안에 최대 9명의 노인을 수용하는 그룹홈이 무려 3개나 들어서 있다.

또 입소자 대부분이 아파트 입주민이 아닌 타지역 노인들이어서 심각한 주민 민원이 발생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이진수 의원은 “같은 아파트 사는 노인들이 수용된 시설이라면 거부감을 나타낼 주민이 있을 수 있겠나”며 “동래 H 아파트의 시설 입소자 가운데 이 동네 주민들은 전혀 없고, 대부분 해운대와 양산지역 노인들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과도한 시설 집중은 방문객에 의한 주차문제나, 치매 어르신들의 잦은 응급상황 발생 등으로 심각한 주민 민원과 시설혐오 정서를 유발하고 있다.

“동래구 H 아파트 사례의 경우 애초 그룹홈 가정이 한 곳만 들어섰을 때는 주민들이 우호적이었지만, 한 아파트동에 3개 시설이 모여들자 민원과 갈등이 발생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하지만 그룹홈 시설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는데다, 면적에 대한 기준만 있고 지역분포나 현장민원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허가기준이 없어 관할 지자체는 들어오는 족족 신고만 받을 뿐 시설 집중을 그대로 방관하고 있다.

이진수 의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일부 시설운영자들이 입소자와 보호자들의 편의는 생각하지 않은 채, 지가가 낮은 지역(가격이 싼 아파트)에 시설을 집중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거지와의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면 노인요양원이 아닌 그룹홈에서 돌보는 잇점이 없어져 본래 취지가 퇴색하게 된다.

무엇보다 변변한 휴게시설이나 편의시설이 없는 일반 주택 안에 여러 명의 치매 노인을 24시간 수용하게 되면 시설 이용자인 입소 노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령화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룹홈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는만큼, 지역분산을 위한 제한규정이나 지역주민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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