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한국여성농업인 충북도연합회장

예년보다 이른 올해 추석명절엔 햇과일 맛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많은데다 냉해 등으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가격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동네 배들이 노랗게 익어가지만 탐스러움은 예년만 못하다.

크기가 아직 어른 주먹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단맛도 설익은 게 대부분이다. 올 초 냉해로 개화시기가 늦어졌고, 최근 잦은 비로 성장이 더뎠기 때문이다.

내고향 옥천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청정고을이다.

금강의 맑은 물이 옥토를 이루고 산자수명한 자연환경과 유구한 문화전통을 간직해 온 유서 깊은 고장이다. 구릉지를 중심으로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지면적은 전체 면적의 20%정도며 이 중 논이 절반을 차지한다. 농산물로 쌀·잡곡·배추 등을 생산하고 과실류로는 사과·배·복숭아·포도·감 등이 생산되며 특히 포도와 복숭아가 유명하다.

주말이 되면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고 온 연인과 가족들이 아름다운 호반 풍경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자전거나 자동차는 두고 오는 것이 좋겠다. 호수 주변으로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부럽지 않은 대청호 둘레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안개 피어올라 자욱한 아침의 고요가 있고, 안개 걷혀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 비경이 있다. 해질 무렵 황금빛 잔물결이 먼 산의 실루엣을 머금고 있는 풍경은 절경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고장은 큰 자연재해로 입는 피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었다. 그래서 ‘복 받은 땅’이라 불렸다.

그러나 최근 날이 갈수록 자연재해 빈도가 잦다.

얼마 전 모 기관에서 개최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고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의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대책이 시급하다. 지구 온난화로 작물재배 적지는 북쪽으로 옮아가고 농작물의 작황부진과 수급차질, 기상재해로 인한 병충해 발생 등 위기인 농업부문에도 분명 대책은 있어야 된다고 본다.

농촌지역에 설치된 저수지와 양배수장, 용배수로 등은 설치된지 상당한 세월이 흘러 그 기능에 있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시설이 오래 전에 설치되어 최근 늘어나는 집중호우 처리에는 한계가 있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다른 부문에 대한 우선순위에 밀려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 왔다.

지난달 29일엔 옥천군 이장단 40여명이 전국 최초로 준공된 한계저수지 둑높이기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매년 홍·수해를 입던 저수지 하류 지역이 이제는 홍수 처리능력이 대폭 증가돼 올 여름 홍수피해가 없었고 저수지 시설 현대화로 안전해졌다고 한다. 또 농업용수도 편히 공급받게 돼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며 저수지 주변시설도 말끔하게 설치해 놓아 인근 청주시민들이 많이 찾아와 적적했던 시골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한다.

옥천군 이원면에 있는 장찬저수지도 둑 높이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수혜면적이 474ha인 저수지의 기존 둑을 2.5m 높여 유효저수량 574만㎥(추가 확보 114만㎥)의 청정용수를 확보해 하류지역 농경지에 농업용수와 하천의 건천화 방지와 수질개선, 수변생태복원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은 필요하다.

저수지 둑높이기는 홍수조절 기능과 농업용수확보, 환경 및 하천 유지용수의 지속적인 확보와 더불어 지하수 개발에도 유리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국지성 호우와 이상기후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을 위한 관광사업의 개발 등에 필요한 수자원도 동시에 확보해 재해예방을 위한 치수가 가능해 질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