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방극장에는 신세대적인 감각과 만화 캐릭터와 같은 매력적인 액션이 가미된 사극열풍이 일고 있다. 지상파 TV들은 제작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자칫 역사왜곡에 휘말리기 쉬우며 시청률이 미지수임에도 사극시간대인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집중 편성하고 있다.

예전의 사극은 현실 정치코드 목적이 강해 정권 교체기나 집권 직후에 통치자의 권력모델로 조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방영된 ‘대장금’이나 2005년 제작된 영화 ‘왕의 남자’는 단 줄의 역사콘텐츠가 예술화돼 한류의 영향을 받아 외국으로 수출된 경우와 연기자가 일약 대스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IT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극도 현대적 감성에 맞게 퓨전화(Fusionization), 팩션화돼 흥미는 있으나 역사왜곡의 한계 논란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여성 연기자들의 기존의 다소곳하면서 순종적인 여성성의 틀을 과감히 탈피해 활발하고 남성적인 색다른 캐릭터가 부각되면서 통쾌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준다.

이처럼 사극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 것은 풍부한 역사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첨단 그래픽 영상 기술을 활용해 실제 불가능한 장면들을 환상적으로 스펙타클(Spectacle)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다큐멘터리와는 전혀 다른 장르(Genre)이다.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Motive)로 새로운 시나리오(Scenario)를 재창조하는 소설 장르의 팩션(Faction:각색실화)이 영화, 드라마, 게임, 만화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팩션 장르를 사극에서 수용해 기존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사극장르의 새 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극이 과거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궁중 여인네들의 암투와 정권 찬탈을 위한 정략(政略)과 권모술수가 주제였던데 비해 근래의 사극은 하층민과 같은 서민적 소재와 고조선까지 시대적 한계를 넓히고, 내용도 신분의 격식을 깬 공주와의 러브스토리 등 다양한 시대적인 현실을 반영한 멜로(Melo)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사극이 집중적으로 많았던 것은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정사(正史)와 야사(野史) , 비사(秘史) 등 비교적 사료가 많았고 삼국시대 이전은 자료가 희소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역사의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팩션이 주류를 이루었다.

 우리집 아이도 역사에 관심이 많고 사극을 무척 좋아해 역사적 지식을 넓혀주기 위해 시청을 허락하고 있다. 그런데 책의 내용과 사극이 다른 경우 질문을 해 일일이 설명을 해 주고 있다.

현재 각급학교에서는 국사교육이 미흡하다보니 학생들은 역사 지식을 사극을 통해 얻는 실정이며, 시청자들 또한 사극을 재미있게 보아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정사(正史)로 인식해 역사인식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사극은 국민들의 역사가치관에 새로운 인식을 심어 줄 수 있어 제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퓨전 사극이 현실의 중압감을 벗고자 지나치게 판타지(Fantasy)적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추구하다보면 제대로 고증이 안 된 분장(扮裝)이 아닌 화장(化粧)이 되기 쉽다.

제작자는 퓨전과 팩션이 가미된 시청률 인기도 중요하지만 합리적 사관과 사료 해석 능력을 갖추고 사실에 입각해 철저한 고증을 거친 뒤 제작을 했으면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도 몇몇 다큐멘터리(Documentary)와 역사극 고증을 해보았지만 고증은 형식적으로 하고 시청률을 고려해 스토리를 팩션으로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사극이 시청률 인기에 집중하다보면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이 허구에 흐를 가능성이 높아 흥미를 유발할 수 있으나, 허구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진실에 대한 역사왜곡 오류에 흐르기 쉬워 이에 대한 비판은 매섭게 다루어져 역사 해석의 보편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역사는 역사가에 의해 선택되지 않고 대중에 의해 소비되는 경향이 높아 박물관 관람객 프로그램도 대중의 트랜드(Trend)에 맞게 짜여지는 패턴(Pattern)에서 사극 또한 전성기를 구가하려면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수요논리의 소재를 찾을 수 밖에 없고 흥미위주의 상업적 요소가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인기 위주로 가공 작품이 나오면서 역사왜곡이 돼 잘못된 역사 해석의과잉을 초래하는 부작용 우려를 낳기도 한다. 허구인 경우는 반드시 자막을 통해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실제 역사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우리는 사극을 통해 과거의 역사에서 실패와 아픔이 되풀이 되지 않고 오늘의 지혜를 얻는 교훈이 돼야 한다.

사극과 같은 전통문화 콘텐츠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경제동력으로서 가능성이 매우 밝다. 우리는 사극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전세계에 알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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