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책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전우익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는 봉화에 사는 한 농사꾼으로부터 듣는 농사짓는 이야기를 큰 틀로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연의 섭리와 참삶의 이치,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참된 인간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이고,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수줍게 알려준다.
이 책은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엄동설한 눈 속에 삿갓 하나 받치고’‘다양한 개인이 힘을 합쳐 이룬 민주주의’‘스님과 노신’ 등 현기스님, 현숙보살, 형 등 지인들과 9년동안 주고받은 12편의 편지글을 한권에 모았다.
과장됨 없이 써 내려간 그만의 세상살이 방법과 지혜가 자연과 함께 사는 이의 삶을 대변하며 여기에 다소 촌스러움을 풍기는 소박한 언어가 감칠맛을 더한다. 저자는 편지글에서 “도랑물이 바다에 이르자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듯, 세상과 인간도 완성을 위해서는 숱한 고비를 넘어야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막힘과 함께 마음속의 막힘과 찌꺼기도 부단히 쳐내야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신경림 시인은 “어쩌면 전우익 선생을 시대착오주의자로 비웃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가 ‘깊은 산속의 약초’처럼 귀한 사람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밭고랑처럼 깊게 패인 주름살을 가진 저자는 끊임없이 농사짓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내다본다. 때론 혼탁한 세상에 대해 질책도 하고 소중한 것에 대한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사람냄새, 흙냄새, 땀냄새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말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가.
1925년 경북 봉화에서 대지주의 손자로 태어난 저자는 일제 시대에 서울로 유학 와 중학을 마쳤으며 해방 후 ‘민청’에서 청년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연루돼 6년 남짓 징역을 살았다.
출소후 한동안 보호관찰자 신세를 지냈으며 지금까지 줄곧 고향인 경북 봉화 구천 마을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나무를 기르며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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