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명구 충주지역담당기자

지난 6월 한창희 전 충주시장의 글이 지역에서 화제였다.

한 전 시장은 “선수가 작은 반칙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퇴장을 시키는 건 너무 가혹한 결정이 아니냐”면서 “우(건도) 시장을 퇴장시킬지 여부는 유권자에게 맡겨야 하고 이미 그런 심판은 6·2지방선거에서 끝난 것”이라고 했다.

당시는 우 시장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후 한시름 놓다가 2심에서 덜컥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며 초조해하던 때였다.

2006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시장직을 상실했던 한나라당 출신의 한 전 시장이 무슨 의도로 민주당 소속의 우 시장에 대해 이 글을 썼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지만 인간적이라는 평이 주류였다.

한 전 시장은 우 전 시장이 지난달 28일 시장직을 잃은 후에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며 “정당을 초월해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재차 우 전 시장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연출에 불과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 전 시장은 며칠 전 기자들에게 10월 치러질 충주시장 재선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차 관문인 공천과 관련한 것인데 당이 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면 나서겠지만 전략공천 방침이면 출마하지 않겠단다.

벌써 유·불리에 대한 계산을 끝낸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6년 한 전 시장의 시장직 상실로 치러진 10월 보궐선거에 한 전 시장의 부인이 뛰어들었다. 한 전 시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행보여서 지역 호사가들이 의아해했다.

한 전 시장은 잠시 시간을 갖다가 농어촌공사 감사로 선임돼 화려하게 재기했다. 하지만 한 전 시장을 보좌했던 일부 공무원은 그의 선거법 위반에 연루돼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해야했다.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명예를 떠나 생활과 직결된 경제적 측면에서 얼마나 큰 타격이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 전 시장에 대해 동정을 하는 듯한 글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후 우 전 시장이 퇴장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 얘기를 꺼낸 그다.

일찌감치 공천 유·불리에 대한 셈을 마치고 여론을 떠보려는지 언론에 심중을 슬쩍 흘리는 그를 ‘천상 정치꾼’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정치꾼은 신뢰를 담보할 수 없는 정치인을 비꼬아 부르는 말이다. 한 전 시장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시중의 평가는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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