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아이들이 가장 즐기는 유희는 물놀이다. 어린 시절 한낮 개울가에는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수영복이 없던 시대라서 남자 아이들은 발가벗고 여자 아이들은 팬티만 입은 채 물이 조금 깊은 보(洑:논에 물을 대기 위한 둑을 쌓아 흐르는 냇물을 막고 그 물을 담아 두는 곳)에서 남녀 아이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영역을 정해 놓고 헤엄을 치며 놀았다. 저녁 때쯤 되면 땀을 씻으러 남자 어른들이 모여 들었고, 초저녁이 지나서는 달빛을 받으며 아낙네들이 누가 볼 새라 조심스럽게 모여들여 수영장인지 야외 목욕탕인지 구분이 되지 않은 때가 있었다.

해수욕장·수영복의 대중화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던 농촌에서는 TV에서 피서객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장면을 보면 부유층들의 생활이려니 하며 선망하기도 했다.

1995년 이후 경제 상황이 좋아 지면서 여가생활이 정착을 하자 이에 못지 않게 해수욕장의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해수욕장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해수욕(海水浴)은 바다에서 수영과 물놀이를 하며 즐기고 노는 일이다. 해수욕은 태국과 같은 열대지방에서는 언제나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여름에만 가능하며 날씨의 영향으로 요즈음처럼 장마철에는 불가능하다. 해수욕을 할 때는 수영복을 착용해야 하지만 실제 해수욕장을 가보면 바다 수영을 하는 것보다 인산인해를 이뤄 사람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우리나라에 공설 해수욕장이 생긴 것은 1937년 부산 용두산 자락 일대에 살던 일본인 거류민들에 의해 개발된 송도해수욕장이다. 이후 1960년대부터 고속도로가 속속 개통되면서 해수욕장 개발과 함께 수영복이 대중화되고 바닷가 피서시대가 열렸다.  

2차 세계대전 승전국 미국은 1946년 7월 1일 태평양 중앙과 마셜 제도에 위치한 비키니 산호섬(Bikini Atoll)에서 일본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지 1년 만에 원자폭탄실험을 단행하여 순식간에 불바다를 이뤘다.

이로부터 4일 후인 7월 5일 파리 모리토르에서 열린 수영복 대회에서 프랑스의 자동차 기술자 출신이며 란제리 상점을 운영하던 패션디자이너 루이 레아르((Louis Reard)가 그해 디자이너 쟈크 에임(Jacques Heim)이 개발한 초소형 수영복 아톰(Atom)에 자극을 받아 비키니란 이름의 수영복을 발표하면서 세상과 첫 대면했다.

이날 카지노에의 누드댄서 미셸린 베르나르디니(Micheline Bernardini)가 모델로 나서 발표한 비키니를 보는 순간 1만 명의 관중은 넋을 잃고 핵실험 못지않게 패션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아무리 수영복이라도 당시에 여성이 배꼽과 허벅지 등 전신을 노출시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키니 수영복이 디자인 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영복은 발목까지 가리는 치마였으므로 수영복 모델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여성이 다리를 노출시킨다는 것은 바로 외설(猥褻)이어서 영국의 경우 피아노의 다리마저도 양말을 신겼으며 숙녀 앞에 닭다리를 내놓는 것도 큰 실례로 여기던 시대였다. 조선시대에 비키니가 등장했더라면 불경스럽다고 해서 몰매를 맞거나 패가망신을 당했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해방의 상징이라는 비키니 수영복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는 좀 더 시간이 걸렸다.

특허까지 획득했지만 남성들보다 오히려 여성들의 강한 반발로 포르투갈은 법적으로 비키니를 입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그로부터 60년, 세계를 경악시켰던 비키니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신체조건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수영을 여가 생활로 즐기면서 이젠 완전히 보편화의 길에 들어섰다. 비키니는 해수욕장에서 당연히 입어야 할 패션이나 여성 미인 선발 때 몸맵시 심사 기준이 되기도 해 여성 상품화라는 논란을 빗기도 했다.

여성들의 패션이 돌고 돌면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최근까지 몰아치던 비키니 못지 않게 다리를 드러낸 하의실종 패션이 점차 줄어들고 이에 반발이라도 하듯 치렁치렁하고 하늘거리는 맥시스커트(Maxi Skirt)가 휴가철 패션의 인기를 끄는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맥시스커트’ 휴가철 패션 인기

해수욕장 등에서 각선미가 늘씬한 여성이 비키니를 걸친 채 뜨거운 태양 아래 누워 있는 모습은 예술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휴양지가 아닌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비키니 못지 않은 의상은 외출복으로서는 아무리 유행이라해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수영복은 귀족의 물놀이에서 질병의 치료목적, 그리고 건강을 위한 스포츠로 그 개념이 바뀌면서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 되고 있다. 휴식은 나무에 기대어(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息)을 말한다. 여성들이여! 무더운 여름날 바다를 찾아 세파에 눌렸던 억압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여성성을 과시할 섹시한 비키니를 입고 삶의 리차지(Recharge)를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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