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돈을 물 쓰듯 하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돈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을 일컫는 얘기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 속담의 뜻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돈을 ‘물’쓰듯 쓸 수 없을 만큼 물의 가치는 날로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생수업체로 불리는 먹는 샘물 업체의 시장규모가 물의 가치변화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먹는 샘물의 세계시장규모는 약200조원이며, 국내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2005년 3천100억원에서 2010년 6천억원 규모로 5년간 2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지구의 3분의 2 차지

도내 먹는 샘물 업체의 현황만 보더라도 올 상반기 수출매출만 약 56억원 정도며 전년도 동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물론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및 쓰나미 여파로 인해 일시적인 호황 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렸을 때 물을 사먹을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은 것을 비춰 볼 때 물의 가치변화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이런 물의 중요성은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우리 인간의 체내는 70% 정도가 물로 이뤄져 있으며 체내 수분비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우리 몸은 많은 이상이 생기고 위험해 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하루 평균 2.5ℓ정도의 수분을 섭취하는데 단 하루만 수분을 섭취하지 않아도 갈증을 넘어 차라리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인지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극심한 가뭄이 있었던 1970∼1980년대 떠올릴 필요도 없다. 올해 경북 구미의 단수사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물이 나오는 모텔에 가서 씻고 출근한다는 어느 직장여성이 올린 인터넷 글에서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만약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프랑스의 유명작가 ‘에릭 오르세나’는 ‘물의 미래’에서 물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했으며, 여러 미래학자 역시 멀지 않은 미래에 석유산업보다 물 산업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물의 중요성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사건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국경지역을 흐르는 리오그란덴강을 두고 일어난 미국과 멕시코의 분쟁, 요르단 강을 두고 일어난 이스라엘과 시리아 등의 중동 전쟁, 이집트 등을 지나는 나일강 주변 국가들의 마찰 등. 이 모두가 ‘물’이라는 자원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 우리지역만 보더라도 대청호를 두고 지자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을 보면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왜 이렇게 물이 중요한 것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3분의 2가 물이라지만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빙산을 제외하면 0.8%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0.8%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생활용수로, 공업용수로 또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 빠른 산업화로 급격히 물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단순화 시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물의 양은 정해져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 절약’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각 기업, 가정의 실천의지에 달려있다. 이는 물이 순환하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물이 늘어나는 만큼 하수처리비용이 증가 될 것이며, 늘어난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댐 건설 등 개발비용도 증가된다. 이는 곧 ‘물의 가치’를 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결국은 각 가정의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내가 물을 절약하는 만큼의 이익도 틀림없이 나한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선5기 충북도에서 새롭게 추진되는 물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업이 참 많다. 기업육성을 위한 충주댐 내륙권 공업용수 공급, 청남대 하수관거설치, 하수처리시설 확충, 저소득층을 위한 옥내급수관 개량 사업 등 신규 사업만 3천700억원 규모다. 모두 수혜대상을 넓히고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담수 양, 0.8% 불과

그러나 이는 우리가 물 절약을 실천할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고 성공할 수 있으며, 물자원에 대한 인식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물과 인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는 분명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물에 대해 너무나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그 값을 치르기라도 하듯 소위 ‘물 값’을 치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치척도가 ‘돈’이 아니라 ‘물’로 매겨지는 그런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부터라도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며 우리가 가진 물이라는 자원의 가치와 소중함을 바로 알고 지키는 것이 먼 훗날 우리 경쟁력의 바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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