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는 믿기 어렵고 현대는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병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누구나 병원에 들어가면 시설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는 물론 질병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자아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긴장하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백의의 천사를 상징하는 흰색 원피스와 단정한 머리 위에 떨어질 듯 가까스로 얹혀 있는 캡을 쓴 간호사를 대하면 병원에서 느끼는 두려운 마음을 삭히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간호사 유니폼은 스커트에서 바지로 캡은 간호 활동에 불편하여 거의 사라지고 다양한 기능성 패션으로 디자인되고 있다. 

이직률 매년 증가추세

간호사들은 다른 직업과 달리 밤낮이 없는 생활을 해 늘 피곤하기 마련인데도 환자를 간호한다는 직업관으로 늘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병원의 수술실 쪽은 가급적 눈을 피하고 싶으며 위엄이 있어 보이는 의사의 진단 결과에 마음을 조리지만 밝고 우아한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를 대하면 다소 안도감이 생긴다.   

간호사는 서양 중세 유럽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던 병원의 수녀들을 간호사의 근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대 전문 직업으로서의 간호사는 1854년부터 2여년 동안 러시아 제국과 영국, 프랑스, 오스만 제국 등이 연합하여 싸운 흑해(黑海)에 위치한 크림 반도에서 일어난 크림전쟁에 종군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효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의녀제도로 머리 위에 예쁘장하게 살짝 올려 놓았던 모자를 써서 신분을 상징했다. 일명 가리마라고 불리는 차액(遮額)으로 2003년에 방영된 사극 대장금에서 이영애가 머리 위에 썼던 것이다. 이것은 너비 두 자 가량의 검은 비단이나 자색(紫色) 비단을 반으로 접어 다시 그 속을 두꺼운 종이로 겹쳐 붙여 만든 것을 머리에 쓰되 이마에서 머리를 덮어 어깨와 등까지 덮는 형태였다.

영국은 1856년 파리 조약으로 크림전쟁이 종전되자 1860년 마침내 나이팅게일 간호학교를 설립하는 한편 간호 전문서적을 저술하여 간호사를 전문직업인으로 인식시키는 데 큰 업적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근대 간호사 등장은 1885년 설립된 제중원이었다. 정규 간호교육을 받고 양성된 것은 1903년에 설립된 어린이와 여성전문 병원인 간호원 양성학교가 그 시초로 1906년에 처음으로 두 명의 간호원을 배출하였다. 이들은 가관식을 했으며 제복은 한복과 양장을 곁들인 디자인으로 활동하기에 편리한 퓨전복식이었다. 당시 이들에게 간호원의 상징이 된 캡은 남성들의 전용이자 관혼상제의 상징으로 쓴 모자를 여성이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1966년께 1만여명의 간호사들이 어렵고 힘들어 일하기를 기피하는 환자 간호의 일을 하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로 떠난 한이 맺힌 아픔이 있었다. 이들은 멀고 낯선 외로운 독일에서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며 고향 가족들의 생계와 국가의 차관 도입,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한 공로가 매우 크다. 한편 이 일을 계기로 전국에 수많은 간호 인력양성 기관인 간호학교(간호전문대학)가 생겨나기도 해 간호 인력이 급증했으나 간호사의 처우와 지위는 그다지 높아지지 못했다.   

현재는 여성들의 전문직이었던 간호직종에 성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성간호사도 많이 배출되고 있어 백의 천사 개념도 유니섹스화 될 것 같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2012년부터 남자 간호장교 활용도가 높아지고 우수한 중·장기 남자간호장교 인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발생했다며 인력 확보를 위해 남자학생을 모집한다고 한다. 또한 국방부는 현재 일반 대학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남학생은 2천200여명인데 장교가 아닌 의무병으로 입대하고 있어 남학생을 장교 후보생으로 선발하기 위한 여론 수렴을 하고 있다.  

의료인력 구조·근무환경 개선 필요

간호사는 서양에서 전쟁을 배경으로 우리나라는 여성환자 진료를 목적으로 시작했을 때는 주로 여성들이 담당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남성들의 영역이 필요해지고 있다. 다른 직종에 비해 몸이 아픈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는 힘든 직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병상과 장비는 OECD국가 평균보다 30∼50% 많지만 간호 인력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그리고 월 7∼10회 정도 야간 근무가 많은 근무 환경이다보니 평균 근속연수가 5년을 넘지 못하고 이직률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몸이 아픈 환자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하며 고통과 슬픔을 위로해 주는 간호사들의 서비스는 병원의 경영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간호사들의 의료인력 구조와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으로 진정한 의미의 간호가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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