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31>]--곽양숙<청주시립도서관>

때로는 무엇을 위한 목적성 독서에서 벗어나 가벼운 책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빽빽한 글자보다 사진이나 여백이 많은 책. 그럼에도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마음이 들지 않을 책. 그래서 조금은 예전의 나로 되돌려줄 그런 마법 같은 책들을 말이다. 여기 일상에 목매여 시들어가고 있는 청춘들을 위로하고 잃어버린 보석빛 마음을 다시금 찾아줄 책 한권을 소개한다.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는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거쳐 현재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 정민선이 짝사랑, 서른, 연애, 어른, 인생 등 누구나 겪어봤을 청춘들의 고민들을 20대가 가질 수 없는 깊은 통찰력으로 그려낸 감성에세이다. 

책을 열면 먼저 긴 호흡을 가진 5개의 소제목들을 만날 수 있다.

-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 그냥 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막상 얼굴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차오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과거형으로밖엔 말할 수 없는 그런 날들이 존재했었다.

- 사라진 모든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빛나던 그 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 그리고 중요한건 나는 지금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두 단어로 축약하지 못한 제목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절실함이 애써 지나쳤던 조각난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다시 93개의 짧은 호흡과 긴 생각, 그리고 울리는 마음들.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시험지를 받았을 때 머리가 백지가 되는 것과 같이 이 책은 책장을 덮었을 때 어느 한 글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안도와 평화를 가슴에 남긴다.

정민선 에세이집만의 독특한 매력은 글 다음에 삽입된 노래가사에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과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가사들이 대중적으로 때로는 클래식하게 독자의 마음을 열고 공감을 극대화시킨다. 음악프로그램의 방송작가이자 작사가인 저자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표현방식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마음도 차츰 가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어 안타까운 마음만 쌓일 뿐 나 자신과는 점점 멀어진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갖는 장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대신 일단 책을 펼쳐보자. 오래지 않아 제 빛깔을 찾은 청춘의 손짓을 경험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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