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30>]--김주란<청주시립도서관>

처음 책 제목만 가지고는 지루한 실용적 글쓰기책이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깊이 있는 인문적 소양과 추리적 기법을 가미한 재미있는 소설이다.

요즘 인터넷의 파급으로 대중적 글쓰기가 붐을 이루고, 출판계에도 글쓰기에 대한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산고가 따르는 일이며, 학생들의 논술부터 대학생의 리포트, 직장인들의 온갖 보고서까지 우리는 글쓰기에서 마음 편할 수도 자유로울 수도 없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우연히 읽게 되었지만, 글쓰기의 근본 정신에 대해서 죽비처럼 내리친 듯 깨달음을 주었던 책이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그를 영국의 셰익스피어, 독일의 괴테와 견준바 있는데, 그의 글은 현대의 비평가들로부터도 21세기에 접목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 조선 최고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에는 어떤 남다른 것이 있었던 걸까? 그 글쓰기의 비밀은 무엇일까? 연암 선생에게 직접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품을 쓴 두 저자 설흔과 박현찬 역시 그러했고 작품속 가공의 인물 ‘김지문’에 자신을 이입해 오랜 바람을 소설 속에서 실현해냈다. 연암의 글에 얽혀 있는 비밀을 추적하는 아들 종채, 그리고 소설 속 소설의 주인공인 김지문의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독자들은 그 비밀에 다가갈 수 있다. 법고와 창신, 그 사이를 능란하게 가로지르는 연암의 뒤를 따라 직접 사잇길을 걷다보면 그 어딘가에서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자신이 연암의 제자가 되어 연암의 삶의 공간에 들어가 글쓰기를 배움과 동시에 성장해가는 과정을 소설 속에서 체험할 수 있다. 

소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연암의 글쓰기와 그 시대를 형상화한 역사소설이면서 동시에 실용적 글쓰기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인문실용소설’이라 부를 수 있다.

또 연암의 인문 정신과 깊이를 제대로 담았으며 동시에 추리와 메타 소설적인 스토리텔링을 정교하게 결합 하고 있는데, 마치 역사소설, 인문교양서, 실용글쓰기교본 이렇게 세 권의 책이 둔갑해 한권의 책으로 된 듯 새롭게 시도된 실험적 작품이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 연암으로부터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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