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라는 TV 프로그램이 매회 화제 속에서 방송되고 있다.

방송 후에는 각 언론사들을 통해 수천 개의 관련 내용들이 기사화 되고 시청자들은 블로그나 게시판 등에 수많은 글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관련 검색어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나가수’의 인기 비결은 그동안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으나 빼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기성 가수들이 출연해 양질의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일부가 아닌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음악적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 그리고 가수들이 경연을 펼쳐 일반시청자 중 선발된 청중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형식의 진행으로 시청자의 오락적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갖는 투표 권리

‘나가수’ 외에도 서바이벌 형식을 표방한 많은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었거나 되고 있거나 될 예정이다. 서바이벌이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부분은 탈락자 선정의 공정성이다.

다수가 납득하지 못하는 탈락자 선정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반감시켜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나가수’는 시청자들의 매서운 질타로 인해 방송 중단과 담당PD의 교체 등의 위기에 몰린 일이 있다. 첫 경연 탈락자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부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프로그램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특정인을 위해 정해진 규칙을 어기고 결정된 사항을 뒤엎어 결과를 번복했다는 사실은 청중평가단의 의견을 무시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비난은 그간 여러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이 가져온 우리사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자 공정한 사회에 대한 열망을 반증한다 할 것이다. 선거도 국가 또는 지역사회의 미래와 운명을 맡길 대표자를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하는 서바이벌이라 볼 수 있다. 한 명의 탈락자를 선정하는 ‘나가수’에 비해 선거는 한 명의 당선자를 선출하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또한 선거는 4∼5년 주기로 치러지기 때문에 한 번의 선거결과는 상당기간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선거는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그 과정과 결과에 더욱 공정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당·후보자 등의 공정경쟁의무,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선거운동기간제한 등 각종 제한·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후보자의 선거비용 제한 및 선거공영제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동시에 선거관리위원회는 과열·혼탁한 선거분위기를 차단하고자 사전 선거법 안내 등 예방활동과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철저한 단속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선거의 공정성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 없이는 담보될 수 없다.

‘나가수’는 청중평가단을 연령대별로 모집해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려 하고 있지만 전체 시청자의 수를 감안한다면 극소수의 인원만이 참여하고 있고 음악전문가나 어떤 집단의 대표자들로 구성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청중평가단은 전체의 의견을 대변한다 할 수 없어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늘 출연가수의 순위선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투표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등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선거에 있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는 ‘나가수’의 청중평가단이 되기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것과 달리 일정한 자격을 갖춘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부여된다. 전체 유권자의 의견을 반영시켜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투표결과를 만들어낼 여건이 이미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참여율 높여 공정성 실현

그럼에도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저조한 투표율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다양한 국민의 의사와 가치를 집약하지 못한 결과로 당선자의 대표성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체의 통합기능을 약화시켜 불협화음을 야기할 것이다. 음악 전문가들은 다양한 음악이 공존해야만 음악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음악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만 전체 소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적으로 소비되어 그 이익이 공정하게 피드백 되지 않는다면 시장 발전이 가능할리는 없다. 매체의 발전에 힘입어 많은 국민들이 인터넷이나 여러 공간을 통해 정부정책이나 사회문제 등에 대해 비판과 옹호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이 통합의 과정을 거쳐 전체 국민의 의사로 형성되어 실현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투표참여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공정하게 통합되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어야 실질적인 민주주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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