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을 받아 보라색 꽃을 피우며 그윽한 라일락 향기를 뿜어내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관련된 날이 많다.  

전통적으로 효를 근본으로 삼았던 유교적 관념이 급속한 사회의 변화와 함께 오늘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중국 당나라 말기 조동종(曹洞宗)의 고조(高祖)로 추앙되는 동산양개 스님은 출가하기 전 부모님 곁을 떠나며 올린 글(辭親書)은 심금을 울려 주고 있다.

지금도 이 글은 승려들이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승들의 글을 모은 책인 ‘치문경훈(緇門警訓)’에 실려 불가에 처음 들어온 학승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가정의 달 5월

세상에 전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모든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실 적에도 모두 부모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으셨으며, 온갖 종류의 생명이 생겨나는 것 또한 모두 하늘과 땅이 덮어주고 실어주는 공덕으로 하늘과 땅 사이에서 생겨난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없으면 태어나지 못하고 하늘과 땅이 아니면 자라나지 못하는 것이니, 사람은 부모님이 다 길러주신 은혜를 받고, 만물은 하늘과 땅이 덮어 주고 실어주신 공덕을 받은 것이라 하옵니다. 아! 모든 중생들과 모든 삼라만상(형상)의 모습이 모두 다 무상(無相·비어 있는 모습)함에 속하여 태어나고 죽는 것을 잊지 못하는 것이라 하옵니다. 어려서부터 젖을 먹여 기른 정과 길러준 은혜가 깊다고 하나,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서 공양(선물)을 올린다 할지라도 끝까지 내내 보답하기가 어렵사옵니다. 또한 설령 살을 떼어내고 피를 받아서 공양(음식)을 올린다 할지라도 부모님께서 오래도록 살으시겠습니까? 그러므로 ‘효경’에 이르기를 “매일 세 번씩 소·양·돼지고기 반찬을 올린다 하여도 오히려 불효가 된다”고 하였으니 세속의 얕은 따뜻한 인정과 사랑하는 정을 갚기 위하여 세상 사람들이 좋다는 물질적인 것으로 공양을 한다면 업보에 이끌려서 삶과 죽음의 윤회(輪廻·차례로 돌고 돌음)를 벗어버리기는 힘든가 보옵니다. 한없는 은혜를 갚으려 속세의 집을 떠나 입산하여 중이 되는 공덕과 같은 것이 없다고 하여 출가를 한 것이옵니다. 삶과 죽음과 사랑이 넘치는 욕망의 세상과 인연을 끊고, 번뇌의 괴로움이 많은 이 세상을 뛰어 넘어 불도를 닦으면 오래 오래 부모님에게 은혜를 갚고 지극히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님의 따뜻한 정(情)에 보답하여 삼유(三有:三界 즉 欲界·色界·無色界)와 사은(四恩:부모·임금·스승·시주)을 갚게 되는 것이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한 자식이 출가하면 구족(九族)이 하늘 위의 세상으로 올라간다고 하였사옵니다. 양개는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랜 세월을 몸과 마음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반야를 밝히자고 맹세 하였사옵니다. 소자가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죄송스럽지만 부모님께서는 소자의 이같은 생각을 기쁘게 받아들으심과 아울러 아주 생각조차 하지 마시옵고 그 옛날 석가모니의 아버님이신 정반국왕(淨飯國王)의 가르침을 배우시고, 석가의 어머님이신 마야성후(摩耶聖后)를 본받으시옵소서! 그렇게 하신다면 불법을 설하시는 대중이 모이는 법회에서 반드시 서로 만나 뵈올 것이오니 훗날 이 때만은 지금과 같이 서로 헤어져야 할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양개는 일부러 불효의 죄를 지어서 부모님을 받들어 모시는 도리를 어기려 함이 아니옵니다. 세월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것인지라 “이 몸(동산양개 자신)이 지금 세상을 제도(濟度·중생을 괴로움에서 건져 극락으로 이끌어 주는 일)하지 아니하면 다시 어느 세상을 향하여 제도하겠습니까?” 법문을 들어서 출가를 한 것이오니 바라옵건데 버린 자식으로 생각하시고 기억도 하지 말아주시옵소서! -이하 두 번째 편지 및 어머님 답장 생략-

부모에 대한 효심 되새겨야

 

이 글은 동산양개 스님께서 출가하기 전 우연히 불가에 들어가고자 마음을 일으켜 부모님을 떠나 출가 한 후 첫 번째 글의 일부로써 그의 효심과 마음 나타남이 사람의 가슴속을 찡하게 울리는 글로서 금속활자본 ‘직지’에도 실려 있다.

또한 위의 글에는 지면상 생략하였지만 이러한 아들의 편지에 어머니는 답장을 써 모자간의 새롭고 뜨거운 정을 느끼게 하는 가슴 뭉클해지는 애틋한 사연을 주고 받은 편지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낳아 길러 준 속세의 부모님과의 인연을 끊는 것을 영원한 헤어짐으로 보지 않고 부모님과 같이 부처가 되기를 바라는 커다란 인연의 효도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글에서 오늘날 우리가 본받을 만한 것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본래 마음을 찾고(直指) 부모에 대한 효심을 불러 일으키게 함으로서 여러 가지 사회적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사고를 누그러뜨리는 종교적 관점을 떠나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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