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농산물의 유통문제를 농정의 핵심과제로 인식해 여건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농산물은 특성상 부패하기 쉽고 유통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기후변화에 따라 수급불안 및 가격 등락이 심하게 작용하는 등 대책에 어려움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도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생산과 판매를 분리해 생산자는 생산에만 전념해 왔지만, 농산물을 생산만하면 팔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농업인도 마케팅을 할 수 있어야 무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국도변에 직판장 설치돼야

마케팅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상품을 생산해 시장에서 교환이 일어나도록 하고 고객의 만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그동안 생산자는 도매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 바이어나 산지벤더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형태를 취해왔다.

생산자는 바게닝파워(교섭력)가 약하거나 장래 가격의 불확실성 때문에 일부 농산물을 포전매매로 팔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 배추파동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도매시장 중심의 유통채널을 다변화하고 물류비 등 유통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한다.

즉 전국 주요 국도 및 지방도 주변에 일정의 농산물직판장을 설치해 농업인에게 마케팅 활동의 장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국·도변에 직판장을 설치하는 이유는 요즘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장거리 업무 및 가족 등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접근성·편리성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일례로 일본은 국토교통성에 등록된 ‘미치노에키(도로역)’라고 하는 직판장이 전국 970개소가 설치돼 성업중이다.

철도에는 역이 있듯이 도로에도 도로역을 설치하면 어떨까하는 발상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 도로역은 도로운전자의 휴게의 장, 도로교통 및 관광정보 발신의 장, 지역특산 농산물 구입의 장,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의 장으로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    

직판장은 주차장, 레스토랑, 화장실, 교통 및 문화정보안내소, 전국적으로 통일된 직판장 심볼마크 표지판 등 기본시설이 설치돼야 고객유치에 도움이 된다.

이에 필요한 부지나 재원 확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농업협동조합 등에서 지원하거나 출자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직판장은 생산자측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우선 유통단계가 대폭 축소돼 운송비, 경매수수료, 포장비 등 유통비용이 크게 줄어 생산자의 수취가격이 높아진다.

또 상품이 품절되면 그 상품 출하자가 신속히 보충할 수 있고, 규격외품도 취급할 수 있어 농산물의 로스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생산자가 직접 상품가격을 정함에 따라 매출액을 알 수 있어 생산 및 출하계획 수립이 용이하고, 소비자의 니즈(욕구) 파악이 가능해 생산계획 및 품질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부 소비자의 구매에 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되며, 농업인은 지속적인 수입이 생겨 즐겁게 일하기 때문에 몸이 건강해져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 측에서 본 장점은 시중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주차장·레스토랑 등 휴게시설 조성

또 당일 아침에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판매하는 상품이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기 때문에 상품구색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직판장 운영은 위탁 및 생산자들이 수수료, 출하, 판매, 정산방법 등을 정한 운영계약서를 작성해 할 수 있다.

특히 판매방법은 생산자명, 품목명, 가격 등이 표시된 바코드를 생산자가 직접 상품에 부착해 진열하고, 판매시점에서 생산자별 품목별로 매상을 관리하는 POS(point of sale)시스템을 운영하면 편리하다. 이와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있는 직판장이 전국적으로 설치돼 그곳에서 농업인도 농산물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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