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 5일은 제89회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1922년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의 지도 아래 천도교 서울지부 소년회를 중심으로 5월 1일을 기념일로 정한 것으로 출발했다. 일제강점기 말기 총독부의 민족말살 정책에 의해 1939년 일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8·15 해방 이후 1946년부터 날짜를 5월 5일로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어린이를 양육하는 길잡이 책이 있었다. 16세기 중종·명종 때 관료이자 학자인 묵재(默齋) 이문건(李文楗)이 남긴 책 ‘양아록(養兒錄)’은 육아법이 여성공간이 아닌 남성 학자에 그것도 손자를 기르면서 경험한 것을 일기 형식으로 저술했다.

성별로 부모의 교육 방식 달라

이문건은 아들을 줄줄이 낳았지만 다 병으로 잃고 유일하게 장성한 외아들도 어릴 때 앓은 열병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모자란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그는 아들에 대한 기대와 사랑을 2대 독자인 손자에게 쏟아 붓는다.

‘양아록’에는 조선시대 아이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모습이 완벽하게 복원돼 있다. 언제 아랫니가 났는지, 언제 처음 일어섰는지도 꼼꼼하게 기록된 점이 놀랍다. 이문건은 정성을 다했지만 명석하지 못한 손자는 아홉살 때 충고를 듣는 둥 마는 둥 방을 나가버려 할아버지로부터 매를 맞았고, 급기야 열세살 때는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 교육은 부모 뜻대로 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조선시대 세도가(勢道家) 이조년의 후손인 이문건(李文楗)은 을사사화(乙巳士禍)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병약한 외아들이 손자를 얻은 얼마 후 사망하자 할아버지인 이문건이 양육을 하게 되었다.

이문건은 손자인 이수봉을 14년에 걸쳐 양육하면서 손자 출생의 기쁨, 손자를 기르면서 소소한 일들을 시와 산문 등 한문학의 문체형식을 빌어 유배지에서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독특한 육아일기이며 아동교육서이다.

이처럼 ‘양아록’이 보수주의적인 유교사회에서 여성들이 육아를 전담하였던 당시의 시대상에서 이러한 저술이 이루어진 것은 부모를 잃은 손자를 사랑으로 돌보며 훈육한 저자의 남다른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본다.

특히 할아버지는 한참 재롱을 피울 나이인 4∼5세때 엄격한 훈육을 위해 매를 들면서 가슴앓이를 한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양육자의 정서적인 안정문제 등 심리학적인 이론이 발달한 오늘날의 육아교육법과 조명하여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수 있다. 

조선시대 아이교육은 어머니 보다는 사실 가장인 아버지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하여 남성과 여성교육이 분리되어 만 7세가 넘으면 각 성별로 부모의 교육 방식이 달랐다. 물론 당시의 시대 분위기로 보아 이문건 직접 손자의 대소변 치우기와 빨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일기에 따르면 이문건의 맏딸인 숙희(淑禧)를 잘 돌본 여종 돌금(乭今)에게 다시 손자를 보살피도록 하여 그 양육에 안전을 기하도록 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아이의 뒤처리를 여종이 하고 이문건은 훈육을 담당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저자 이문건의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 학자와 사림(士林)의 지위는 확보하였으나 집안 사정이 자녀와 손자들이 병고에 모두 조사(早死)하거나 장애인이 되는 등 불행했다.

외아들 온은 7세에 열병(熱病)을 앓아 바보가 되었고, 딸은 간질병으로 죽고 그 외의 자식들도 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요서(夭逝)했다. 그래도 그 바보 아들 온이 결혼을 하여 낳은 자식이 이 ‘양아록’의 주인공인 수봉(守封)이다. 수봉이란 이름은 손자의 앞날을 생각하며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처음의 이름인 숙길에서 ‘양아록’을 집필한 이후 갑자년(1564년)에 지은 수봉(守封)까지 몇 번이나 다시 개명하였다.

어머니보다 아버지에 더 치중

‘양아록’의 서문에서 사대부인 저자가 귀양살이를 하면서 소일삼아 ‘양아록’을 기술했다고 피력하고 있지만, 단조로운 귀양살이 생활에 장애인인 아들이 자식을 얻은 것이 매우 기쁘고 귀하게 얻은 손자의 양육을 위해 이 책을 기록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도 아이가 4살 무렵 한글을 깨치기 전 순수한 생각을 할 때부터 성장할 때까지 이문건처럼 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여 가정사(家庭史)로 남기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최근 출생률 저하로 농촌지역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보기 힘들다고 한다. 어린이는 이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새싹이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에 있듯이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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