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가족 레시피28]-음수현<청주시립도서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가족 간의 화목과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 삶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부모를 만나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키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반항기가 다분한, 곱게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우리의 아이들은 가정에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비유되고 있다. 여기 소개하려는 ‘불량가족 레시피’ 에서도 방황기 다분한 여고생 여울이가 등장하고 범상치 않은 가족들의 파란만장 가족 탈출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제목처럼 책의 표지도 톡톡 튄다. 불량해 보이는 빨간 상의의 험상궂은 남자에게로 시선이 고정된다. 여울이의 가족을 소개하면 폭력적이고 무대책인 아버지와 엄마가 전부 다른 언니, 오빠,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오빠, 뇌경색으로 왼쪽 어깨와 손이 마비된 삼촌, 온 가족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요양원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여든세살의 할머니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족 안에서 긍정적 요소나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보다는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신랄한 가족들의 대화는 서로 상처 입히고, 으르렁 대는 모습에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해체, 청소년의 고민·혼란·방황,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계층 격차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속의 또 다른 재미로 톨스토이가 지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세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 질문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두 번 질문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세번째 질문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지혜고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사랑이며, 사람은 사랑 때문에 산다는 것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답이다. 그렇지만 이 책 속의 여울이는 이 이야기에 반기를 들어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영원한 생명이며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은 욕심이여,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결론짓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 당돌한 여울이는 책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생각들이 유쾌하다. 책이 술술 읽혀서 쉽고 재밌다. 손현주 작가는 어쩜 이렇게 청소년을 잘 표현해냈을까?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관찰을 잘 표현해낸 작품이다. “사람마다 다 지 몫에 지고 갈 짐 보따리는 하나씩 지고 가는 기 세상살이다.”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서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

손현주 작가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하프타임의 스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프타임이란 청소년 시기를 말하는 것 같다. 청소년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봄직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