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기름값 방치할 건가--<김정원 편집이사>
살인적인 기름값 방치할 건가--<김정원 편집이사>
  • 충청매일
  • 승인 2011.04.24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버스회사 운영 58년 만에 이렇게 어렵고 힘든 적이 없었다. 기름 값이란 말만 들어도 한 숨이 저절로 나온다.” 청주에 본사를 둔 한 버스회사 임원의 말은 의례적인 넋두리가 아니었다. ‘살인적인 기름 값’ 때문에 버스회사가 파산직전에 있다는 것이다.

이 버스회사(버스 261대)는 기름 값 폭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예년 보다 3억5천만 원이 더 들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기름 값이 폭등하면서 전체 운영비 중 기름 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적자운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버스운행을 중단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은(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아니더라도) 유류세 인하 밖에 없다는 것이 버스회사들의 하소연이다.

버스회사·화물차주 등은 파산직전

물론 정부가 버스회사에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버스 1대당 연간 700여만 원의 지원금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의 압박에 마지못해 정유업계가 기름 값을  당 100원씩 인하한 것은 ‘언 발에 오줌 놓는 격’이나 다름없다.

버스회사들은 기름 값 절약을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기름 값을 쥐어짜는 식으로 아끼면서 힘겹게 버텨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 값은 60년 가까운 버스회사를 문 닫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리비아 내전으로 다시 촉발된 기름 값 폭등은 시외·관광버스뿐만 아니라 화물차 업주들도 기름 값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더 이상 쥐어짤 묘안이 없어서다.

전국을 운행하는 서울고속과 새서울고속은 운전기사들에게 정속운행은 물론 불필요한 공회전까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연간 두 차례 씩 에너지 절감운동에 기여한 운전기사 20여명에게 해외여행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매월 20~30만원의 시상금까지 지급하는 등 유류비를 최대한 아껴왔다. 안타깝게도 이런 노력의 효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유류비 절감운동 등의 노력으로 연비가 좋아졌고 과거에 비해 교통사고가 눈에 띠게 줄었으며 부품절감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부수적으로 얻은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살인적인 기름 값이다. 버스회사들이 기름 값이 올랐다고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버스회사들의 적자운행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살인적인 기름 값 시대를 맞아 화물을 운송하는 차주들도 비상이다. 30년 째 화물 차주이자 직접 운전을 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 동창은 기름 값 폭등으로 지쳐 있었다. 정부로부터 매월 1천850원의 유가보조를 받고 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친구가 청주에서 평택까지 5t 트럭을 왕복 운행하는데 드는 유류비는 하루 12만원으로 한 달 기름 값을 계산하면 200만원이 훌쩍 넘어선다. 그렇다고 화주가 기름 값 인상분을 반영해주는 것도 아니다. 화물을 가득 실을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화물 운송비 지급방식은 만차(滿車)일 경우에는 그런대로 참을 만하지만 반차일 경우, 운송비가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화물 차주들은 전체 매출 중 기름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내로 떨어져야만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매출대비 기름 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60%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점심값 등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없다.

유류세인하 지연… 유사휘발유 확산

현실적으로 화물운송을 중단해야 하지만, 어렵사리 얻어낸 화물운송마저 끊길까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운송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름 값 고통에 시달리다 못해 ‘폭발’ 일보직전이다. 그러니 정부의 유가정책에 불만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름 값에 덕지덕지 붙은 세금을 낮춰달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최근 유류세 인하검토 운운하면서 인하는커녕 정유회사에 책임을 떠넘긴 채 시간을 질질 끄는 사이 유사휘발유 공급만 늘어났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문제만 나오면 왜 그렇게 우물쭈물 어깃장을 놓는지….

국민들의 속을 얼마나 더 뒤집어 놓을 셈인가. 정부는 정유사의 음습한 가격결정 구조를 뜯어고치고 대폭적인 유류세 인하를 단행해 버스와 택시 등의 숨통부터 터줘야 한다. 유류세 인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