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4일은 우리나라 문화사에 매우 뜻 깊은 날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에게 약탈되었던 외규장각도서가 145년 만에 우리나라에 일부 귀환했고 5월 27일까지 세 차례에 나뉘어 모두 돌아온다. 이번에 귀환된 도서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해온 외규장각도서 297권(294권 의궤) 가운데 1차분 국내에 없는 유일본(唯一本) 30권 중 8권을 포함해 75권이다. 이 중 한 권인 ‘휘경원원소도감의궤’는 1993년 반환된 상태이다.

소유권 완전 이전 해결해야

의궤는 조선왕실에서 국왕·왕비·세자의 책봉, 혼인이나 장례절차, 성곽건설 등 각종 행사를 컬러로 세밀하게 그림과 글씨로 기록한 세계에서 유일한 문서로 오늘날의 정부 영상기록물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조선시대의 정치사회상을 보여주는 기록문화의 귀중한 사료이다. 의궤 중 임금이 볼 수 있도록 고급스럽게 제작한 어람용(御覽用)은 고급지를 사용한데다 표지도 구름문양이나 모란문양의 암녹색 비단으로 입히고 놋쇠 물림(경첩)으로 장정을 한 것으로 일반 의궤와는 품격과 가치에서 차이가 난다. 내용이 적힌 안의 종이는 고급 초주지(草注紙)로 색이 변하지 않는 전통 한지기술로 제작되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 별관에 소장된 외규장각도서는 1975년 금속활자본 ‘직지’의 소재를 처음 확인한 박병선 박사에 의해 알려졌고, 1991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외규장각도서의 반환을 요청하면서부터 프랑스와 반환 협상 물꼬를 텄다. 이후 1993년 프랑스는 고속전철 사업권과 관련해 프랑스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의궤 한 권을 대여형식으로 반환했다. 그리고 여러해 동안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가 2010년 11월 G20서울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5년 단위 갱신이 가능한 의궤대여에 합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간 지루한 협상은 약탈당한지 145년, 소재가 확인된지 36년, 협상이 시작된지 20년만의 결실이다.

이번에 귀환한 외규장각도서는 완전 반환이 아니라 5년 단위로 대여를 하고 5년마다 갱신하는 대여방식이어서 소유권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다. 그리하여 현실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반환 방식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소유권 완전 이전이 과제로 남아 있다.     

외규장각은 정조가 1781년 강화도에 규장각의 분관으로 설치했던 왕실 도서관이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은 외규장각 건물에 불을 지르고 중요한 책을 전리품으로 약탈해 간 반달리즘의 산물이다. 이 약탈문화재는 1867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국유재산으로 등록된다.

근대시대 구미 열강 제국주의 국가들은 극동아시아의 비문명화된 나라로 진출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은 처음에는 탐험과 선교활동을 앞세워 문호개방을 요구했으나 불응할 때에는 전쟁까지 일으켜 전리품으로 광물이나 자원을 확보하는 경제적 이익 외에 실제로는 영토 확장이라는 정치적 정략(政略)이 주된 목적이었다.

제국주의 침탈경쟁이 본격화된 18세기 이래 서양의 선진국들은 이집트 등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경쟁적으로 식민지화 하고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이들 나라의 역사유산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외교관을 파견하기도 했다.

특히 서양의 민족국가와 제국주의 국가들은 인류문화의 유산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만들어 자신의 영토 뿐 아니라 해외의 식민지 국가에서 확보한 유물들로 채웠다. 외규장각도서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 의해 유출된 것이다. 이러한 전쟁기간 중에 유물을 소유한 나라들은 문화재 뿐만 아니라 역사까지도 힘의 논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있어 오늘날 문화재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 앞엔 영원한 선린도 우호도 없어 전리품이라며 거부하거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책 서비스 등 콘텐츠 개발 필요

우리의 역사는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사라지고 있다. 전쟁에서 지면 이국의 지배자에게 침략지의 땅은 보이지 않고 전리품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그 나라를 움직이던 중심 공간 거기에 쌓인 역사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땅으로 간 문화재는 의미가 없다. 그리하여 이번 외규장각도서의 반환은 그간 학자, 민간단체들도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양국이 갖고 있는 법률체계와 국민정서의 차이, 명분과 현실의 벽이 컸음에도 정부 간 협상에 의해 이루어졌다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 연구 전시는 물론 소유국인 프랑스측과 협력하여 전세계 인류를 위해 디지털화 하여 전자책으로 온라인 서비스와 고품격 상품의 콘텐츠 개발을 해 학술 발전과 문화사업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귀환된 외규장각도서는 그 소유권이 프랑스에 있어 국보나 보물로 국가문화재 지정은 할 수 없지만 ‘직지’처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는 등재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아직도 해외에 유출되어 있는 문화재 반환역사에 중요한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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