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흔히 심신의학이라고 한다. 단순히 몸을 치료하는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고, 치료에 있어 마음을 먼저 다스리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치료라 믿었다. 오늘날 물질은 풍요해졌지만, 오히려 정신적인 면은 풍요해진 물질을 따라가지 못하고 온갖 스트레스와 경쟁구도로 날로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OECD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으니 그 심각성이 크다 하겠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이치뿐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음양으로 되어있고 이 음양의 조화로써 생명현상을 바라보며 생명이 유지해간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세계의 음양이란 무엇일까? 편의상 심리적인 양은 ‘해동네’라하고 심리적 음은 ‘달동네’라 할수 있다. 해동네는 내 뜻대로 되는 세상이요 내가 좋아하는 세상이다. 달동네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요. 내가 싫어하는 세상이다. 해동네를 확장하면 성공이요, 기쁨이요, 행복이다. 달동네를 확장하면 실패요, 우울함이요, 불행이다. 이 두가지 세상을 모두 인정할 때 건강한 정신이 되며, 이중에 한 세상을 부정하면 병든 정신이 된다. 실제로 정서질환에 걸리는 것은 반드시 달동네에 대해서 부정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방 정신과 치료란 부정하는 마음을 인정하는 마음으로 전환시키는데 있다.

양호이음량(陽好而陰良) 즉, 해동네인 양도 좋지만, 달동네인 음도 괜찮다.

완벽해도 좋지만, 모자라도 괜찮다. 성공해도 좋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안되어도 되고 안괜찮아도 된다. 우리는 늘 해동네만을 쫓고, 반드시 해동네이어야만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달동네가 엄연히 존재하는것이 현실이며, 달동네는 달동네 나름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달동네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달동네를 거부하면 달동네에서만 머물게 되지만, 달동네를 인정하고 품게되면 해동네가 펼쳐지는 것이다. 달동네를 받아들인다는 뜻은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의 무지와 고집, 무능, 죽음도 달동네인바, 달동네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달동네의 속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걸맞게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순행이다.

달동네에 머물다보면 뜻대로 안 되기에 우울하고 불안해진다. 이러한 평상적인 감정을 멀리할 필요가 없으며, 내가 부른 감정이기에 내가 느끼고 감싸 안아야 할 부분이다. 이를 거부하면 흐름에 반하는데 이것이 역행이요, 역행하면 고통이 최고조로 증폭이 되어 삶이 힘들어 진다.

나의 달동네를 살피지 않고 달동네를 받아들이지 않고 달동네와 상관없이 해동네로 가려고 해도 그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달동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체험을 통하게되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해동네를 얻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해동네만 쫓게되면 평생을 달동네에 머물게 되는데 그것은 해동네와 달동네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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