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와 규칙--<김영재 편집 부국장>
‘나는 가수다’와 규칙--<김영재 편집 부국장>
  • 충청매일
  • 승인 2011.04.1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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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프로 중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게 MBC의 ‘나는 가수다’일 것이다. 원체 오락프로에 관심이 없어 이 프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사무실에서 후배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를 해 알게 됐다. 후배들은 생사가 걸린 양 이 프로를 논박했다. 7명이 노래를 부르고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탈락하는 진행규칙이 있는데 이를 깨고 꼴찌를 한 사람에게 재도전 기회를 준 것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 일이 벌어진 후 시청률이 곤두박질했다고 한다. 결국 프로 방송이 일시 중단되고, 한 때 유명세를 탔던 담당 PD가 교체됐다고 하니 후폭풍이 이만저만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예외는 예외를 낳고 결국은 파국

무슨 일이든 진행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하나일(一)자형도 갈지(之)자형도 그 나름의 진행형태이다. 단지 규칙적이나 불규칙적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전자의 경우 미래의 예측가능성이 커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하기 좋지만 후자는 어떻게 진행될지 잘 몰라 우왕좌왕하게 한다.

또 전자가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어 응집력을 키우는 것에 비해 후자는 내부 갈등을 부추겨 종국에는 파경의 지경까지 이른다. 신뢰와 불신의 결과 차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최근 정치권이 신뢰와 불신의 혼돈을 겪고 있다. 그 꼭지점은 대선공약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는 주지하다시피 대선공약이고 한나라당 총선공약이었다. 이와 관련한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다짐을 일일이 소개하고 싶지 않다. 축약하면 “꼭 지키겠다”였다. 그런데 관련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충청권 입지 문구가 쏙 빠지더니 급기야 분산배치설이 나왔고 기정사실로 굳혀지는 분위기이다.

이 분산배치설이 나오게 된 배경은 같은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이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대구·경북·경남과 부산이 맞붙었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은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영남지방이다. 신공항이 어디로 가든 한나라당에게 타격이 될 게 뻔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나라당에게는 악재인 게 분명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공항은 둘로 쪼개 반반씩 나눠줄 수는 있는 선물이 아니다. 건설지를 결정하면 어차피 한쪽에서 욕을 얻어먹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정치적 셈법으로는 차라리 둘 다 주지 않는 게 낫다.

정부가 경제성을 이유로 백지화했지만 결과 발표 전날 현지실사를 한 것을 보고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양쪽 모두 서운해하겠지만 ‘땅을 가진’ 사촌을 보는 것보다 나나 사촌 모두 빈털터리라는 현실이 세상사 큰 위안이지 않은가? 정부의 결정이 솔로몬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게 보인다.

신공항 백지화가 한나라당을 수렁에서 끌어냈는데 엉뚱하게도 이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을 줄 알았던 충청권이 그 수렁에 빠지게 됐다.

집적화를 통한 효율 극대화가 요구되는 과학벨트가 사방으로 찢겨질 처지인 것이다.

누가 뭐래도 충청권은 과학벨트 청약 1순위 권리가 있었다. 공약이 지켜졌으면 말이다. 만약 과학벨트 분산 배치로 경북으로 가는 부문이 있다면 신공항 공약 파기로 발생한 위약금, 아니면 위로금 성격이 짙다.

그렇다면 충청권 과학벨트 공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이나 위로금도 있어야 한다. 원래 과학벨트는 통째로 충청권 몫이었다. 과학벨트가 분산 배치돼 충청권이 알짜배기를 챙겨도 공약 파기로 인한 피해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잃은 부문 만큼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누구에게는 보상을 하고, 누구에게는 나몰라라하는 갈지(之)자형 규칙을 들이대면 공정한 사회가 아니고 신뢰가 구축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공정한 사회는 규칙 지키는 것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옳고 그름의 기준은 같다. 약속 이행은 좋고 나쁨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가수다’방송프로도 그렇고 대선공약 또한 그 자체의 좋고 나쁨이 아닌 각각 갖고 있는 규칙을 지키고 있는가 하는 기준으로 옳고 그름의 평가를 받고 있지 않는가? 규칙에 예외의 곁가지가 한번 붙으면 그 곁가지에 또 곁가지를 붙여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룰이 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시비비가 되고 한쪽이 물러나지 않으면 파국이다.

파국이 되지 않더라도 그 원래 모양새는 영영 찾지 못한다. ‘나는 가수다’가 다시 방송된다고 하니 예전처럼 인기를 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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