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섭 홍성지역담당 부장

최근 충남 일대에서 학교 후배들 상대로 문신을 보여 주며 금품을 갈취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야구방망이로 폭력을 행사한 10대 청소년 17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이 벌인 폭력의 심각성을 알고도 방관한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의 안일한 대처가 폭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해학생들은 후배들에게 문신을 보여주며 위협한 후 금품을 갈취, 유흥비로 탕진하고 후배들에게 휴대전화 비용을 입금시키라고 지시하는 등 조직범죄의 모습까지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빈 창고 및 야산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인사를 잘못한다’‘돈을 제때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한 것도 모자라 집까지 찾아가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학생들은 2차 폭행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가 학교 교사가 피해학생의 휴대전화에서 ‘돈을 가지고 오라’는 메시지를 발견, 폭행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피해학생의 학부모는 학교와 사법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타 지역으로의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마다 학교폭력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학교나 해당 관청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소문날까 쉬쉬하며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사고 학교로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 교장과 담임교사가 문책을 당하기 때문에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기 어렵다.

이로 인해 피해학생이 오히려 문제 학생으로 전락돼 전학을 가야하는 상황이 벌이지지만 가해학생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피해학생은 2차 보복이,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의 명예실추와 교장과 교사에 대한 문책이나 불이익이 두려워서 쉬쉬할 뿐이라는 것이다.

학교와 교육당국은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요란한 캠페인보다 피해학생 한 명이라도 제대로 보호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학교폭력 근절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폭력의 갈림길에 선 청소년들, 어떤 청소년이라도 그들의 폭력 메커니즘에서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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