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도서관의 도서대출 상위를 보면 80% 이상이 ‘이지스’, ‘다크프리스트’, ‘달빛조각사’, ‘블랙토티스’ ‘대륙지존기’ 등 판타지 소설이 주류를 차지하고 인문분야는 ‘정의란 무엇인가’, 자기개발 분야의 ‘생각 버리기 연습’ 등으로 나타났다.

개발독재시기였던 1970∼80년대 정치변혁기에는 사회과학이나 대하소설 등이 많이 읽혀졌나 요즈음 영상세대에는 게임을 하듯 다양한 캐릭터와 빠른 전개가 특징인 판타지 소설이 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그리하여 교양서적과 고전문학 등 인문서적이 외면을 받고 있어 대학생들에게는 사고력을 요하는 강의와 과제부여, 전공과목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생 인문서적 외면

독서는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희망이다. 특정 주제에 편중하는 독서 트렌드는 사교육과 선행학습에 지쳐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회문화적 요인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독서경향은 대학의 학문을 가볍게 여길 수 있어 창의적 인재양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학도서관에서는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베스트셀러라해도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치밀하지 못한 묘사로 순수 문학성이 낮은 판타지 소설, 무협지 등의 장르는 자료선정에서 제외되었지만 지금은 이용자 요구와 대출량 증대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추세이다.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의 사회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사회의 가치인식 또는 시대정신을 표상하여 준다. 2010년 3월 법정 스님이 열반과 함께  ‘속세에서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겠다’는 유언으로 무소유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스님의 작품이 희소가치가 높아진 현상을 빚었고, 최근에는 학력위조와 불륜 등 사회적 파장을 야기시켰던 신정아씨의 책이 발행 당일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는 등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신씨의 책은 출판시장에서 스캔들 산업을 본격화하려는 세태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사회적 코드와 영화, 드라마의 성공여부에 따라 소개되었던 책이나 주제와 관련된 서적들은 베스트셀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2010년도 권비영의 ‘덕혜옹주’는 한 때 일본의 혼마 야스코와 표절논란에도 ‘한일강제병합 100주년’ 애국코드와 맞아떨어지면서 다양한 연령층과 여성독자들에게 인기를 받았다. 또한 드라마의 원작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며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었다.     

베스트셀러는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구조적 산물로 사회환경과 가치들이 일치될 때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지며 독자들은 그 시대 최대 이슈가 되는 책을 더욱더 찾게 되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원고를 완성한 ‘해리포터’는 한 출판사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낳았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치사회적으로 정의롭지 못했던 상황이 이 책의 소재와 시기적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일본 열도를 감동시킨 시바타 도요 100세 할머니가 쓴 베스트셀러 시집 ‘약해지지마’는  어렵지 않게 보통 사람들의 생활 감정이 노년층이 증가하는 시대적 상황과 부합되었기에 성공 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93세의 전직 외교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30쪽 분량의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낳았다.

베스트셀러는 보통 100만부 이상 판매를 기준으로 삼지만 우리나라 초창기의 베스트셀러였던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7만부 정도 판매됐다. 한 때는 작가와 출판사에서 온라인 서점을 통한 사재기를 하여 변칙적으로 판매 집계 순위를 조작하기도 했다. 또한 베스트셀러는 작가의 유명세를 이용한 기획출판물로 대필 작가의 작품도 상당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전자책 단말기의 열풍과 함께 전자도서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하여 IT기술에 쉽게 적응하는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고전·권장도서 많이 읽어야

그러나 무료로 전자책 콘텐츠를 보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전자도서는 마케팅이 불투명하여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나 고전작품 등으로 출간하는 추세이다. 전자책 시장은 기동력이 있어 혼자서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책에 대한 정의와 문학의 독창성, 아이디어의 창작성,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독자들은 베스트셀러가 양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베스트셀러는 단지 판매량에 따른 결과이지 작품성 여부와는 관련이 적으므로 책을 선정할 때에는 서평을 잘 읽어 보고 자기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대학생들은 시대적 조류에 따른 편식보다는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고전이나 권장도서를 많이 읽어 지성인으로서의 품성을 기르는데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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