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燒酒)는 탁주(濁酒)와 청주(淸酒)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토주(土酒)로 불린다. 내외 한적(漢籍)에 소주를 ‘아자길수(阿刺吉酒)’라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몽고말로 ‘아리킬’이요, 만주말로 ‘알키’이라고 불렸다. 고대부터 아랍에서는 증류주를 ‘아락’이라고 불렸으며 인도에서는 ‘알락’이라는 증류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이런 어맥(語脈)을 역추적해보면, 아라비아 중국 몽고 한국 일본으로 전래돼 소주를 증류해 먹었음을 알 수 있다.

향토기업 자도주 명맥 끊겨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유적지에서 소주를 내리는 증류기(소주고리)가 출토 된 것을 보면, 소주의 역사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순조(純祖)때 기록을 보면, 소주는 한 번 내린 술을 소주 또는 노주(露酒), 홍로(紅露)라고 하고, 두 번 내린 술을 환소주(還燒酒) 또는 감홍로(甘紅露)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먹기 시작한 것은 몽고군에 의해 소주를 만들어 먹는 방법이 고구려에 전해지면서 부터다. 소주는 지금이야 대표적인 서민주(酒)로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예부터 소주하면 북한의 개성(開城)소주와 경북의 안동(安東)소주를 으뜸으로 쳤다. 몽고군이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 전초기지로 삼았던 곳이 바로 개성과 안동이기 때문이다. 몽고군들은 추위를 덜고 전투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그 자극제로서 아락주를 가죽술병에 담아 허리에 차고 다니면서 수시로 마셨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뿌리로 보고 있다. 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를 만들어 몽고군에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개성에서는 소주의 뿌리인 아락주의 잔재를 아직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즐겨먹고 있는 소주는 전통적 주류가 아니라 주정(酒精)에 물을 섞어 만든 희석주이기 때문에 전통소주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소주는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의 대표적인 서민주로서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인기 주류중의 하나가 됐다.  

그런데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고 충북도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충북소주가 최근 롯데에 매각되면서 ‘먹튀’ 논란으로 시끄럽다. 먹튀하면 외환은행 대주주로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인 론스타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는데, 이번에는 장덕수 충북소주 대표가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그 배경은 장 대표가 2004년에 하이트소주를 61억원에 인수한 뒤 불과 6년여 만에 6배 가까운 350억원의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고 매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장 대표가 탁월한 기업경영으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고 매각한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영수완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지방업체로서 기업을 키우는데 대기업위주의 기형적인 유통구조에 휘둘리면서 그 한계점을 절실히 느꼈을 법도하다. 장 대표가 6년여 동안 사업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던지 건강을 잃을 정도라고 하니 측은하기까지 하다.

장 대표에 대한 먹튀 논란은 그동안 시원을 아끼고 사랑했던 도민들로서는 충북인의 술이 없어졌다는 섭섭함에서 출발한다. 그가 하이트소주를 인수한 뒤 자주도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인수 당시 20∼25% 정도에 그쳤던 충북소주의 시장 점유율이 불과 6년여 만에 40%를 웃돌고 있는 것을 보면, 충북소주에 대한 도민들의 사랑이 넘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 충북소주의 매각사실이 언론에 보도 되면서 애주가들이 시원을 외면하는 것을 보면 ‘향토기업 자도주의 명맥이 끊긴다’는 서운함이 그대로 묻어있는데, 이것이 ‘먹튀’ 논란의 불거진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장 대표가 최근 충북소주 매각과 함께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현금과 부동산 등 150억원 규모의 사회 환원 의지를 밝혔다. 재단 설립 문제는 개인 소유든 아니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장 대표가 사회 환원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사회 환원 의지, 진정성 보여야

그러면 부정적인 ‘먹튀 논란’을 수그러들고 그의 진정성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설립자의 순수성과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순수성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회 환원도 의미가 퇴색되고 반감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단지 충북소주 매각으로 부정적인 먹튀 공세를 잠재우기 위함이라면 차라리 사회 환원을 안 하는 것이 낫다. 장 대표의 사회 환원이 세금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전략이라면 먹튀 논란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어서다.

장 대표의 먹튀 논란은 단순히 소주회사 대표가 바뀐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이것은 도민들의 자존심의 문제요, 향토애를 넘어서는 그 이상이다. 장 대표가 먹퇴 논란의 중심에 왜 서 있고, 도민들의 반감이 왜 노골화 됐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면, 그 해답은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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