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주운전면허시험장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타향만리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온 결혼 여성 이민자들. 충북 영동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 새댁들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시험을 보러 온 것이다. 열심히 학과시험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 운전면허 시험 문제는 그야말로 ‘고시’ 수준이었을 게다. 아쉽지만 그들 대부분은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래도 대한민국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에게는 엄청난 자부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일주일 후, 그들의 도전은 이어졌다. 물론 그들 중 몇 명은 또 다시 탈락의 아픔을 겪었지만 ‘합격 통지서’를 거머쥔 몇몇 새댁들은 펄펄 뛰며 기뻐했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도 함께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 시행

청주운전면허시험장은 외국인 근로자와 새터민, 그리고 결혼 여성이민자 등 분명히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이지만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이들의 운전면허취득을 돕고 있다. 중국어, 베트남어 등 6개 외국어로 학과시험을 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어 DVD 운전면허교재도 판매하고 있어 손쉽게 면허시험 공부를 할 수 있다. 하루 빨리 그들도 이제 필수 자격증인 운전면허를 취득해 대한민국 생활에 정착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 자동차 수가 1천800만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운전면허 소지자도 2천500만명이나 된다. 운전면허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필수다. 자동차 운전은 이제 우리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 한 일부가 됐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운전면허, 즉 잘못된 운전 습관과 방심으로 우리는 치명적 상처를 입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무려 8만여명에 이른다. 부상자도 360여만명이 된다. 다행히 지난 20년동안 우리나라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자동차 및 교통시설의 급속한 발전과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1년(1만3천429명)을 정점으로 2009년 5천839명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통안전문화가 선진화 돼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은 아직도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게 현실이다. 

이에 정부가 직접 나서 교통안전도를 선진국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 정부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으로 줄이기’를 국정과제로까지 선정, 열정을 쏟고 있다.

또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국토해양부,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그리고 관련 기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교통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5년 내 교통사고 사상자를 50% 줄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교통 기관·단체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운전자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올 들어 운전면허시험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경찰청 책임운영기관으로 소속돼있던 운전면허시험장이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됐다. 도로교통공단은 도로교통안전에 관한 교육·홍보·연구·기술개발을 통해 교통질서 확립 및 교통안전 제고를 위한 공공기관이다. 이제는 운전면허시험장까지 이관 받아 도로교통공단은 교통안전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교통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보, 선진 교통문화를 확립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가 되면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몇 차례 운전면허 취득 개선방안을 시행했으나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여론이 많아 장내기능시험을 대폭 간소화하고 적성검사기관을 전국 모든 병·의원과 운전전문학원에서 실시하는 등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물론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운전자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와 교통질서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 말이 있다. 그만큼 처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처음 운전자세, 처음 마음가짐 그리고 정확한 교통지식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운전자에게 운전면허를 부여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운전자가 지녀야 할 도덕적 소양을 갖추고 안전규칙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판단해 주는 절차다. 따라서 도로교통공단은 신규 운전자들에 대한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에서부터 기존 운전자들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교통안전도 높여야

도로와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누구나 교통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흔히 교통사고 발생률이 적은 나라를 교통안전선진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고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한다면 교통안전선진국은 아니다. 교통사고가 덜 나는 나라일 뿐이다. 진정한 교통안전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정과제 목표를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가 아니라 ‘교통사고 제로(Zero)’를 위해 달려야 한다. 교통사고 없는 도로, 안전한 교통환경은 운전자를 비롯한 교통관련 종사자 모두의 꿈이다.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 거리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경찰관, 교통시설을 관리하는 사람, 보행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과 꿈, 그리고 희망을 싣고 달리는 운전자들의 행복을 기원한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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