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병이 도졌나보다. 지방의원들의 보좌관 욕심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그 해 7월 새 지방의회가 출범한 후 어째 잠잠하나 했더니 반년이 지나자 보좌관제 도입 타령이다. 눈치도 참 없다. 구제역 창궐, 물가 급등 등으로 민심이 흉흉한데 어찌 그리 눈치가 없는가. 정치를 하려면 눈치는 기본이지 않는가.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했나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최근 경기도의회에서 모임을 갖고 보좌관제 도입을 위해 단체행동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단다. 이들은 우선 정당 소속 의장단을 중심으로 소속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회, 시장, 지사 등의 지지서명을 이끌어 내기로 했다. 이 달 말께 부산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는 이 서명결과를 취합해 기자회견을 갖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번에는 작심을 한 듯하다.

그런데 이를 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방의원들은 처음에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그렇다고 돈을 한푼 받지 않은 것도 아니다. 회의참석 수당 등 이름을 갖다 붙여 실비라는 명목으로 활동비를 받았다. 이를 고정급 형태로 한 게 지금의 유급제이다. 2006년부터 도입됐다. 유급제로 보수도 많이 늘었다. 이제는 보좌관을 두고 싶어하는 것이다. 말을 타면 종을 부리고 싶어한다고 했나?

보좌관제 도입에 앞서 과연 지방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볼썽사나운 감투싸움이 떠오른다. 이는 오로지 사익추구의 전형이다.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 2년에 한번씩 의장단 선거가 치러지지만 자질이나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은 애초 기대할 수 없다. 일단은 지방의회내 다수당 인물이 의회의 대표얼굴인 의장을 맡게 된다. 그 안에서 조율이든 경선이든 당내 교통정리가 있은 후 의장으로 뽑히는 게 관례인데 이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거래가 있고 더 심한 경우에는 돈봉투가 오갔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일종의 매관매직이다. 2008년 7월 민선4기 후반기 의장선거 때 서울시의회, 부산시의회 등 전국의 많은 지방의회가 돈봉투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난다.

지방의원 개개인이 보좌관을 거느려도 되는 자질이 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의회의 존재 이유는 집행부 감시와 견제다. 이를 등한시하는 의원에게 보좌관까지 붙여준다? 가관일 것이다. 보좌관의 필요성에 대해 지방의원들은 앵무새처럼 의원의 전문성을 높여 지방행정을 효과적으로 견제·감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의원 자질은 집행부를 대하는 태도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집행부에 머리를 조아리는 의원은 애초부터 의원 자질이 없다고 단정해도 좋다. 집행부 눈치를 보는 의원보다 집행부 앞에서 큰 소리를 치는 의원이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집행부에 질질 끌려 다니거나 아니면 알아서 기는 의원, 전혀 낯설지 않지만 보기 좋지 않다.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운 곳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현재 충북도의회의 다수당은 민주당이고 지사도 민주당원이다. 현 지사도 전임 지사들 때와 마찬가지로 취임 후 ‘측근 인사’로 말이 많다. 누가 보아도 문제가 있는데 한 의원이 오히려 이를 두둔하고 나섰다. 현 지사와 같은 당인 그는 지난 주 도정질문에 나서서 “정실인사는 통치체제가 형성된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이다. 선진국도 대통령이 바뀌면 수천명이 바뀌고 우리나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어져온 문제다. 지사의 직무를 보좌하는 역할은 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여기까지는 맞는 얘기다. 그런데 이 의원은 느닷없이 “코드인사는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말을 들은 지사가 올바른 지적이라고 탄복했을까? 아니면 자기도 민망해 얼굴을 붉혔을까?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을 대놓고 감싸고돌아 오히려 낯부끄러워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 성숙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아

이것이 소신이라면 그는 자질에 앞서 의원 자격이 없다. 혹시 지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했더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코드인사가 당연하다고 공석에서 떠벌리는 의원을 익히 보지 못했다. 이 의원이 이 소신을 갖고 계속 의정활동을 한다면 충북도의회에게 부담이 될 게 뻔하다. 그를 뽑아준 선거구 유권자들에게도 자랑스런 인물은 아닐 듯 싶다. 이런 자질을 갖고 있는 지방의원이 단지 이 의원 한 명뿐이랴. 자신에게 주어진 명예에 따라붙는 책무를 모르는 의원에게 보좌관은 어불성설이다. 괜히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좌관을 붙여주면 수도요금 내는 것도 보좌라며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시키지 않을까 싶다. 보좌관제 도입은 지방의회가 더 성숙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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