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 전문적인 진리탐구와 더불어 학생들의 인격적 도야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상아탑(象牙塔)이다. 고대시대의 대학은 중국 주나라의 국학이나 B.C. 387년 플라톤이 설립한 아카데메이아(Accademeia)를 기원으로 귀족 계급만을 대상으로 교육했으며, 현대적 의미의 대학은 중세 중기에 이탈리아·프랑스·영국 등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은 고구려에 태학, 신라에 국학, 고려에 국자감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국립과 사립 고등교육기관으로 나뉘어 국립으로는 성균관이 사립으로는 전국에 걸쳐 수많은 서원이 존재하였다.

사회 구조적 모순의 산물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대학은 1924년 일제가 설립한 경성제국대학(현재 서울대학교)을 시초로 오늘날 대다수 대학은 1945년에 광복된 후 정상적인 학사운영으로 제대로 된 정통성과 대학의 면모를 갖췄다. 최근 국내 최고 국립대학교 음악과 교수의 폭행사건과 도제교육 방식이 회자되고 있다.

예술 특성상 도제교육을 하여야 함으로 필수불가결하게 폭행을 하게 되는 것이 관례라는 그 교수의 언행이 부적절하다. 이러한 사건은 사실 오래전부터 대학 내에서 뒷담화로 알려져 왔던 것이 언론 보도로 공론화되었을 뿐이다. 

도제교육은 교육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았던 중세 후반 상공인들의 조합 길드에서 직업 기술을 습득하는 후계자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교육은 견습에서 직공, 그리고 장인의 단계를 거쳐 자신의 직업에 자신감, 긍지, 보람을 가지게 되고 직업의 세습 및 교육의 자주성을 기초화하여 제도적 공장 교육으로 유럽의 산업발전에 토대를 제공했다.

초창기의 대학은 철학, 의학, 법학 등의 학과가 개설되었고 서양에서는 현재도 예술인 양성을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하며 종합대학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과도한 교육열은 예술분야까지 대학에서 학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능과 기능 교육은 도제식으로 전개되어 제자는 스승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 충성과 복종을 하지 않으면 스승이 가진 예기(藝技)을 전수 받기가 힘들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도달한 대학생들을 도제식 교육으로 연관시키려는 것은 참다운 교육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수하고 역량있는 20대의 지성인들이 청운의 꿈을 펼쳐야 할 때 기성세대의 악습을 보여주어 이는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 사회 구조적 모순의 산물이다. 도제교육 방식이 도입되었던 서양에서는 이미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없어지고 과학적인 교육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도제교육 방식이 존재하는 것은 교수의 절대적 권한이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졸업 후 진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르칠 의무가 있고, 학생은 배울 권리가 있는데 전공에 관계없이 대학원생들은 물론 연구조교들에게도 개인 심부름이나 뇌물 등을 받는 교육자로서 공사를 구분 못하는 전횡이 일어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오늘날 우리 대학의 모습이다.

학생들은 지도교수의 절대 권위 아래 엄격한 지시와 무조건적인 복종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교수들의 지위 남용과 부도덕, 비상식과 비리는 물론 노동력 착취, 성희롱 등 밖으로 불거지지 않아 그렇지 대학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교수가 학생들의 장래를 담보로 군림하며 해당 분야의 활동기회를 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제간 종속관계는 마피아 조직 같아 교수 추천이 사회 진출을 좌우하기 때문에 졸업생들도 교수 거취에 따라 평생 이어지고 그들간에 네트워크가 있어 밑 보이면 장래가 어둡다. 교수들이 약자인 학생들의 입장을 교묘히 이용하는 전횡은 예능계에 국한되지 않고 대학사회 전반에 거쳐 일어나고 있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도제식 교육’이란 이름으로 노예처럼 부려먹고도 관행이라 당연시하게 여기고 있다.

복종 강요하는 악습 개선돼야

공자는 훌륭한 제자를 기르는 걸 인생 삼락(三樂)의 하나로 꼽았다. 무소불위의 교수권력과 학문 전수라는 미명 아래 학생의 복종을 강요하는 악습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하며 스승에 대한 존경이 학생으로부터 스스로 나와야 한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군사부일체라는 유교적 가치에 입각하여 학술연구 외에도 사랑과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의 교수는 학문의 권위 못지않게 인간성 또한 스승다워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제자를 상대로 권력이나 재물에 눈이 멀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강압과 강제의 산물로 인권유린에 가까운 종속관계가 생겨나서는 안된다.

대학은 이제 도제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수직문화의 관행을 청산하고 지성의 전당에서 학문에 정진하는 아름다운 인간관계와 전인교육이 되도록 인식 전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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