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토끼띠 해가 밝았다. 하지만 안방극장과 스크린의 주인은 토끼가 아니다. 오히려 개와 말이 자기 해를 만난 것처럼 신나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1월 27일 개봉 이래 5일까지 247만명을 모으며 흥행성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코믹 추리사극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김명민(39) 한지민(29) 오달수(43)에 이은 네 번째 주역은 개다.

오달수는 개장수 서필로 등장, 개를 끼고 산다. 애완견을 훔친 혐의로 포졸들에게 잡히더니 개처럼 땅굴을 파서 탈옥한다.

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믹스견(혼종)을 구하다 뭇매를 맞고, 그 개의 보은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한다. 사건의 열쇠를 쥔 것은 생김새는 늑대요, 덩치는 황소만한 흑구다. 흑구와 명탐정 김진(김명민)이 벌이는 사투는 포복절도, 박장대소하던 관객들을 삽시간에 전율케 한다. 하지만 잠시 후 서필의 명령에 따라 죽은 시늉을 하는 애완견의 재롱 앞에 관람객들은 이내 자지러진다.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막장으로 치닫는 스토리 등 숱한 구설 속에서도 서서히 인기 시동 중인 SBS TV 주말드라마 ‘신기생뎐’에서 남주인공 아다모(성훈)와 부친 아수라 회장(임혁)간 갈등의 불씨도 다름아닌 개다. 프랑스산 애완견으로 귀가 나비처럼 생겼다고 해서 불어로 ‘나비’를 뜻하는 ‘파피용’이라는 종명을 갖게 된 개로 국내에서는 희귀하다. 방송에 소개된 것은 이 드라마가 거의 처음이다. 극에서는 ‘안드레’라는 이름으로 조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1월 29일 제3회에서 아 회장은 안드레를 데리고 스키장에 가라는 자신의 말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다모를 지방 지사로 보내버린다. 이어 다음날 4회에서 다모를 서울로 불러 올리는데, 이유인 즉 안드레의 생일 파티에 참석시키기 위해서였다. 외아들보다 개를 더 사랑하는 아 회장의 모습은 황당하면서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뭔가가 있지 않겠느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17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혜화, 동’은 애견 영화는 아니지만 유기견 보호단체의 여성 활동가를 모티브로 한 만큼 개, 그 중에서도 버려진 개가 키포인트다.

여주인공 혜화(유다인)는 사춘기 시절인 18세 때 사랑, 임신, 출산, 이별을 겪었다. 혜화는 애견미용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유기견 보호활동을 펼치며 과거의 기억에서 조금씩 벗어나 사회에 적응해 나간다.

이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독 임순례씨(52)가 대표인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협조를 받아 유기견을 출연시키는 등 유기견 문제를 간접적으로 다룬다. 9일에는 서울 압구정 CGV에서 카라, 한국애견협회 등의 회원을 초대해 특별 시사회도 연다.

SBS TV 월화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은 제목의 ‘목장’에서 알 수 있듯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1일 제4회까지 개는 보이지 않았고 말만 10여 마리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의 후원사가 한국마사회(KRA)다. 여주인공 이다지(이연희)는 말 전문 초보수의사, 부친 이억수(천호진)은 경주마를 관리하는 조교사, 이다지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전 남편 한동주(최강창민)는 리조트 사장, 서윤호(주상욱)는 리조트 전문가로 두 사람 모두 말과 관련 있는 직업이다. 1회에서 이다지는 경주마 구입을 위해 호주의 말 경매장을 찾았다가 두 사람을 만난다.

특히 이 드라마는 멋진 승마복을 입은 서윤호가 푸른 목장에서 시원스럽게 말을 달리는 모습과 함께 마사회 제주 종마목장에 있는 수억원대 씨수말과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앙증맞은 셔틀랜드 포니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MBC TV 수목드라마 ‘마이프린세스’에서 여주인공 이설(김태희)이 공주가 되기 전 살던 어머니(임예진)의 펜션을 비춰줄 때는 아이보리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2마리가 휴양지 분위기를 내는 소품 노릇을 하고 있다.

동물의사 윤신근 박사(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는 “반려동물이 다양화하면서 애묘인구도 늘어나긴 했으나 아직 애견인구의 1% 정도도 되지 않을 정도로 토끼는 반려동물이라기보다 가축이라는 인식이 크다”며 “말도 10여년 전만 해도 사극에서 사람 태우는 것이 전부였지만 2000년대 들어 영화 ‘각설탕’, ‘그랑프리’ 등에 이어 ‘파라다이스 목장’까지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만큼 12년 뒤 토끼해에는 토끼도 어엿한 반려동물로 드라마나 영화의 주요 출연동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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