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실체는 무엇일까--<김동진 편집국장 직무대행>
네티즌의 실체는 무엇일까--<김동진 편집국장 직무대행>
  • 충청매일
  • 승인 2011.02.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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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까지 이어진 설 연휴가 제법 길었다. 모처럼 ‘일상(日常)의 노예’신분을 떨쳐버리고 자유를 허락한 시간이다.

휴일의 마지막날, 문득 일상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들은 무엇일까라는 의구심도 생겼다.

잠에서 깨어난 뒤 세면을 하고 아침식사를 마친 뒤 출근하는 통상적인 일상을 거친 뒤 제일 먼저 하루를 지배하는 일상은 무엇일까.

인터넷은 거대한 권력

아마도 인터넷 검색일 게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울버햄튼의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살펴보고,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누가 메달을 땄는지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한다.

설 연휴 동안 정치권은 무슨 이슈를 갖고 정쟁을 벌였는지, 사건사고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도 찾아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나, 어제오늘의 화두는 무엇인가 등 삶의 궁금증들을 인터넷을 통해서 해결하곤 한다.

뿐만 아니다. 책을 읽다가 낯선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기보다 인터넷 자판을 두드리게 된다.

일상의 자유를 허락받은 설 연휴 동안에도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에 앉는다.

세상과 단절된다는 두려움이다.

결국 인터넷에 억압되고 종속된 자유일 뿐이었다.

단순한 정보 찾기에서 시작된 고민은 어느새 인터넷의 권력이란 무엇일까라는 커다란 고민으로 진화된다.

사람들은 고민하거나 검증하거나 여과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또는 설(設)들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명민한 통찰, 가치관이나 신념에 기저한 주관적 접근, 동의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저항과 비판 등은 무의식 중에 약화(弱化)돼 있다.

인터넷이란 거대한 권력 앞에 무기력해진 인간의 초상(肖像)이다.

현상(現像)과 현상(現想)을 판단하는 잣대는 네티즌의 몫이며, 세인(世人)들의 최대 관심사는 인터넷 포털의 검색어 순위다. 어그러지고 일그러진 왜곡의 잔상(殘像)이다. 중독과 세뇌를 통해 각인된 허상(虛像)이다.

인간의 판단과 가치관마저 지배하는 인터넷, 그렇다면 그 인터넷을 조종하는 네티즌이란 집단의 실체는 무엇인가.

네티즌이란 ‘네트워크(Network)와 시민(Citizen)’의 합성어로, ‘네트워크로 이뤄진 가상사회(cyber space)의 구성원’이란 의미를 지닌 조어다.

허면, 네티즌이란 집단은 어떤 판단가치와 사실적 증거를 갖고 정보를 전파하고 여론을 생성할까.

그 집단의 연령이나 성별, 지역 분포는 여론이란 말을 부여할 수 있을 만큼 균형과 객관성을 담보하는가.

단언컨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정보가 100% 조작된 허위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균형과 객관성을 지닌 팩트(fact)적 가치에서 보편적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늘, 한 인터넷 포털에 오른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들을 살펴보면, △새년 김준수 △설날 로또 대박 △이경실 사죄 △홍수아 몸매 △산다라박 여권사진 △카라 공식입장 등 대부분 연예와 관련된 것들이다. 비단 오늘 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삶의 최고 관심사를 연예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이런 검색어 순위가 진정 연령이나 성별이나 지역이나 계층을 두루 아우르는 객관적 여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떤 이슈에 대해 자기 판단을 적용하는 소위 댓글을 보면 일정 교육과정을 거치고, 보편타당적 상식을 지니고, 경도되지 않은 객관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글들이 많다.

네티즌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야

욕설을 정당한 비판논리로 인식하거나,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 공격하거나, 가치관 또는 신념이 배어 있지 않는 조건반사적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것들이 적지 않다.

네티즌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작 네티즌의 실체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네티즌의 주관적 판단을 여과없이 전달하고, 그것을 마치 여론인 양 포장하고 각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정치든, 사회든, 경제든 철저한 검증 과정을 생략한 채 실체도 모르는 네티즌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동행하겠다는 허수(虛數)의 논리가 사람(人)과 ·삶(生)과·가치관(觀)을 결정하고 지배하는 현실에 저항해야 한다. 깨뜨려야 한다.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네티즌이 아닌,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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