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프린세스 ‘김태희’·파라다이스 목장 ‘이연희’
복통 굴욕·방귀 작렬·말똥범벅 등 이미지 변신

안방극장의 ‘여신’들이 ‘누가 더 망가지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하지원(33)이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하지원이 연기한 길라임은 남자인 김주원(현빈)과 영혼 체인지가 이뤄졌다는 설정이긴 했다. 그러나 벤치에서 취한 과감한 쩍벌남 포즈는 리얼함 그 자체였다.

뒤를 이은 것은 김태희(31)다.

김태희는 MBC TV 수목드라마 ‘마이프린세스’에서 공주 이설 역을 맡아 온갖 굴욕신을 펼쳐 보이며 이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김태희는 전작까지 도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간직해왔다. 하지만 이 드라마 첫회에서 푼돈에 연연하는 짠순이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며 변신을 예고했다. 이후 오열로 눈 화장이 엉망이 된 얼굴, 스테이크를 통째로 들고 씹어 먹는 모습, 설사를 참기 위해 한 손으로 배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누르며 몸부림치는 복통 굴욕, 박해영(송승헌) 앞에서의 방귀 작렬 등 그 동안의 김태희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탈 행동들을 천연덕스럽게 해치우고 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내뱉은 “쌀 뻔했네”라는 대사는 화장실 근처에도 안 갈 것 같았던 김태희도 사실은 사람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선언이었다.

“김태희의 연기 변신은 무죄”, “다음에는 김태희가 어떤 변신을 보여줄까”라며 여신의 ‘타락’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24일 방송을 시작한 SBS TV 월화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19세에 결혼했다가 6개월만에 이혼한 돌싱 수의사 이다지로 나오는 이연희(23)도 망가지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청순가련한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산발한 털털녀가 됐다.

이연희는 말똥더미에 발이 걸려 넘어져 얼굴이 말똥범벅이 되지만 그 보다 말똥냄새에서 자신이 찾던 경주마의 유산 이유를 찾아낸 것이 더 기쁜 나머지 얼굴도 씻지 않은 채 양손 가득 말똥을 집어 들고 아버지(천호진)에게 달려간다.

호주에 가서는 컵에 맥주를 따르던 중 흘러 넘치자 “피같은 맥주”라면서 빨대로 테이블 위에 고인 맥주를 빨아 마시는 알뜰함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26세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가수 현철의 ‘사랑에 이름표’를 구성지게 불러젖히고, 한 눈에 반한 미국동포 에드워드 서(주상욱) 앞에서 스스럼 없이 ‘큰 일’, ‘똥’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한다.

시청자들은 “이연희 너무 상큼 발랄하다”, “이연희씨 너무 귀엽게 연기도 잘하고, 노래 완전 잘한다”라면서 이연희의 새로운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내심 김태희·이연희 두 여신의 망가지기 경쟁을 바라는 눈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경쟁은 사실상 성립하기 어렵다. 제작 진행형인 ‘마이프린세스’와 달리 ‘파라다이스 목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6개월간 촬영을 다 마쳐 이미 찍어놓은 망가진 연기보다 더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껏 망가지는 연기는 청순, 기품, 단아, 여신, 공주 등의 고품격 이미지를 지닌 젊은 미혼 여배우들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이었다. 하지만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이제는 필요충분조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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