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는 살아 움직이는 ‘신령함이 깃 든 그릇’과 같아서 마음대로 다스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신령함이 깃 든 그릇’을 마음대로 하는 자는 패배하고 고집부리는 자 또한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이 남들보다 앞서가면, 바로 앞서가는 사람 뒤를 어떤 한사람이 따라오고 있다는 게 정치나 모든 만물의 이치다. 이를 선출직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모르고 있다는 듯하다.

대전시장-교육감 찬반 자기합리화

존경받는 선생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후생이라고 말들 한다. 선생은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후생인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모습 하나하나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선생이 후생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정치 또한 같음은 불문가지다.  

최근 염홍철 대전시장과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그리고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무상급식을 갖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단 하나 이해득실을 따져 서로가 서로의 명분을 가지고 사직의 영화를 추구해 천하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계산을 통한 욕망 때문인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정치적인 계산을 한 욕망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김신호 교육감은 “모든 아이들에게 전면 무상급식을 한다는 것은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문제”라며 “중앙정부, 집권당이 정책적 차원에서 결단 또는 공약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반대는 김 교육감이 재선이 안이 3선이다 보니 무상급식을 하든 하지 않든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교육청 재정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동조한다 해도 대전시가 먼저다 보니 낯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해석이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교육계 좌장이라고 불리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불미스러운 일로 낙마한 후 뚜렷하게 좌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들어 김 교육감 본인 스스로가 보수 인사임을 표방하는 한편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에 충성하는 모습과 함께 교육계 좌장 역할을 대신할 사람임을 강조한 후 차기 무엇인가 얻기 위한 포석으로 깔고 공개적으로 구애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올 6월부터 독자적으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우선 실시하고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초등하교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무상급식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의무교육과 같은 차원으로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1차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염 시장의 주장이다.

염 시장은 자신의 공약인 무상급식을 시행하려는 의지는 분명히 하고 반면 김 교육감이 반대함으로 무상급식이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분을 만들고 있는 형국이지만 과연 염 시장이 진정 무상급식을 하려는 것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이런 의구심은 대전시의회에서 찾을 수 있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일 대전시가 제출한 학교 무상급식 지원금 40억1천300만원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삭감한바 있다. 대전시 몫의 무상급식비(총 80억원)의 일부인 40억1천300만원이 시교육청과 합의 없이 편성된 점과 김 교육감이 무상급식 전면 확대 불가 입장을 밝힌 점 등을 고려해 예산을 세우더라도 불용처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이다.

민주당 역시 무상급식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해 보편적 교육복지의 희망을 살려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의미 없는 논리와 명분을 앞세워 결국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민주당 소속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유성구 단독추진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위생적이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교육사업인 친환경 무상급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공익과 사익 무엇이 우선인지 따져야

그는 그러나 “시와 교육청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상급식을 할 수 없게 되면, 유성구 단독으로 시범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대전시의 눈치만 보고 있어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무상급식을 하든 하지 않든 그들의 공통점은 자기합리화 구실을 갖고 이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를 보고 있는 정치 후배들이 그대로 따라할까 겁난다. 공직은 말 그대로 공익을 추구하는 자리인데 사익이 앞서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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